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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FA 계약을 맺은 박동원(오른쪽)과 LG 차명석 단장이 입단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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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배신감이 들 수도 있다. 70~80년대도 아니고, 버스가 떠난 뒤 아무리 손을 들어봐야 돌아올리 만무하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협상의 미숙함을 드러낸 KIA 얘기다.

포수난 극복을 위해 유틸리티 야수와 신인 지명권, 현금 10억을 얹어 데려온 포수 박동원(32)이 프리에이전트(FA) 권한을 얻어 LG로 떠났다. KIA가 제시한 금액과는 총액 기준 5억원 차이여서 충격이 더 컸다. 가타부타 말없이 협상 테이블을 접더니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옛 은사를 찾아 떠났다. 우승경험이 없는 박동원으로서는 KIA보다 대권 도전 확률이 높아보이는 팀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배트플립 한승택 \'넘어가긴 넘어가는데....\'[포토]
KIA 한승택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후 홈런을 직감한듯 배트플립을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어쨌든 KIA는 포수 라인을 재정비해야 한다. 박동원을 대체할 만한 자원을 영입하거나 키워내야 한다. FA 시장에는 박세혁이 남아있지만, 경쟁이 붙으면 몸값 폭등이 불가피하다. 유강남, 박동원이 80억원 65억원에 거래했으니, 박세혁도 40~50억원을 기대할 수도 있다. 냉정히 보면 오버페이다.

빅 마켓이 우수한 선수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좁은 시장에 샐러리캡을 도입한 구단들이 앞다투어 선수들의 몸값을 높이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100억원대 FA가 세 명이나 있던 KIA가 또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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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주효상.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KIA에는 한승택(28) 주효상(25) 등 젊은 포수가 있다. FA자격을 얻은 포수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젊다는 장점이 있다. 한승택은 2017년 통합우승 멤버이고 1군에서 544경기를 소화했다. 투수 리드나 경기운영에 눈을 뜰 때도 됐다. 주효상은 신인 잘 뽑기로 유명한 히어로즈가 1차지명으로 영입한 기대주다. 견고하지는 않지만 파이팅이 좋다. 타격을 떠나 안방을 든든히 지키는 데 집중하면 시즌을 치를 수는 있다.

KIA는 이홍구 백용환 이성우로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올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SSG는 이재원 김민식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둘이 뽑아낸 안타는 95개에 불과했다. 포수 약점은 팀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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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상훈 배터리코치(가운데)가 포구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선수 구성을 들여다보면, KIA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100억원 트리오’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이 그래도 힘을 쓸 수 있을 때 성적을 내야한다. 바꿔 말하면,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내년 6월 전역하는 최원준까지 가세하면 타선은 올해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원이 홈런 18개를 때려냈지만, 모 아니면 도 식 스윙 탓에 의외로 약점이 많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 수 있는 발빠른 중장거리형 타자로 라인업을 꾸리는 쪽이 현실적이다. 포수는 작전수행능력만 좋아도 충분하다.

문제는 수비다. 투수들이 자기 공을 100% 던질 수 있는 환경은 포수가 만들어야 한다. 상황에 맞는 볼배합도 중요하고, 블로킹, 도루저지, 상대작전 간파 등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도 필요하다. 체득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세밀한 훈련으로 빠르게 체득할 준비는 할 수 있다.

[포토]김인식 감독을 축하하는 진갑용 코치
야구국가대표팀의 김인식 전 감독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 KIA의 경기에 앞서 진행된 ‘야구의 날’ 행사에서 진갑용 코치가 건네는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국가대표 레전드이자 명포수인 진갑용 수석코치와 타이거즈 레전드인 김상훈 배터리코치의 역할을 그래서 중요하다. 사명감을 갖고 포수 육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KBO리그 포수 수준, 다 비슷하다. 디테일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싸움인데, KIA에는 레전드 포수가 두 명이나 있다. 프런트에 맡겨둬서는 뒤처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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