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양의지 \'넘어 갔어\'
NC 양의지.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액션피치컷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쪽에서는 막아서고, 다른쪽에서는 풀라고 아우성이다. 양쪽 모두 이해되는 지점도 있지만, 이해충돌 관점에서 보면 올지다는 생각도 든다.

야구 발전 내지는 산업화에 대한 성찰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듯해서 더 아쉽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사장회의)가 결의한 샐러리캡 도입과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제기한 ‘대리인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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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발표한 샐러리캡 상한액과 각 구단 팀 연봉 현황.

샐러리캡 도입 목적은 ‘부자구단이 선수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KBO리그가 처음 도입하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나 미국프로농구 등도 샐러리캡 규정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스포츠는 ‘공동생산 공동분배’가 원칙이다. 독과점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다. 프로 스포츠라는 제한된 콘텐츠로 경쟁하는데 연고지별 시장 규모가 다르니 같이 벌어 같이 살자는 생각이 강하다. 빅마켓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스몰마켓도 생존할 수 있어야 리그 질서가 유지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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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오른쪽)이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패한 후 더그아웃에서 울고 있는 김휘집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규제한다고 모두가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선수가 한정돼 있으니 어차피 돈을 쓰는 쪽이 이기는 구조다. 선수층이 얕은 KBO리그는 더하다. 샐러리캡 시행 덕(?)에 히어로즈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없다. 수십억에서 백억원을 호가하는 FA 몸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샐러리캡은 ‘돈 없는 구단이 부자들의 돈자랑을 보기 싫어 우격다짐으로 만든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샐러리캡으로 이익을 보는 구단이 있으면,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도가 특정 구단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바른 제도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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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FA 자격 선수 명단. 표 | KBO

대리인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고, 법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해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리로 따지면, 드래프트 제도나 선수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훈련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위배될 수 있다. 개인사업자들이고, 협상을 통해 연봉을 주고받았으니 입고 먹고 자고 훈련하는 것 모두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비시즌에는 두세 개 직업을 얻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판부는 리코에이전시의 가처분 심문일에 ‘2주가량 검토 후 판결하겠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한 것처럼 보인다.

[포토]볼넷으로 타점 LG 유강남, 던져버려!
LG 유강남이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5회말 1사 만3루 상황에서 키움 양현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뒤 포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지 4~5년이 지났는데, 협회나 조합 형태가 아닌 단독 에이전시가, 그것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 FA시장 개장을 앞두고 가처분 신청한 의도가 순수하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에이전시 측은 “구단당 세 명으로 계약 가능 인원을 제한하면, 결국 손해보는 건 저년차, 소액 연봉자들”이라고 항변한다. 공인 에이전트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고, 좁은 시장 탓에 에이전트는 대형 FA를 우선 선택하므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지만 특정 에이전시로 선수가 몰리면, 구단은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4년 만에 공인 대리인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시장 형성이 안된다는 방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독과점을 막을 잠금장치가 사라진다. 리그 전체로 볼때 바람직한 부분인지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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