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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월드투어가 무산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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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6개월 동안 뭘 했을까.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노조, 마케팅자회사 등 이른바 ‘올 MLB’는 한국과 KBO리그를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회개최 2주를 남기고 돌연 ‘없던 일’ 선언을 한 MLB 월드투어 얘기다.

처음 월드투어 얘기를 들은 건 지난 4월이다. MLB 관계자는 “올 MLB가 중심이 돼 한·미 올스타전을 개최하기로 (MLB 내부에서는) 확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확답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프로모터도 선임했고 성대한 축제를 열기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한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답보상태라는 하소연이었다.

MLB 월드투어 한국 시리즈에 관해 설명하는 짐스몰 MLB 부사장
20년 전부터 한국에서 월드투어를 치르자고 주장한 MLB 존 스몰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아무런 준비, 능력도 없다는 게 드러났다. 연합뉴스

당시 KBO는 대회 성사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프로모터는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한 이력이 없고, 프로모션 비용만 수십억에 달하는 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포스트시즌 직후 대회를 치러야 해 가을잔치 탈락팀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11월이면, 가족여행을 떠나는 선수도 있고, 프리에이전트(FA) 협상 탓에 소속팀이 없는 선수도 있다. KBO도 간단히 ‘대회를 하자’고 화답하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곡절 끝에 KBO도 협조하기로 한 건 지난 8월. 대회 성사에 속도가 붙는듯한 것도 잠시. 프로모터 측은 “대회 날짜와 장소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미국 현지에서도 월드투어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으니, 후원사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MLB의 의사결정 과정이 워낙 더딘데다, 선수 구성이나 프로모션 이벤트 등 부대행사 계획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부산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한국 시리즈 개최 기자회견
지난 9월 열린 MLB 월드투어 공식 기자회견에는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까지 참석했다. KBO로서는 농락당한 기분을 숨길 수 없는 이유다. 연합뉴스

9월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은 사실 후원사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도구였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형준 시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도 MLB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MLB 짐 스몰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은 “깜짝 놀랄만한 선수가 한국을 찾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팀 MLB 소집 일정 등은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엔트리는 단 한 명도 공개하지 않았다.

몇 주 뒤 팀 MLB 사령탑을 맡기로한 마이크 머시니 감독(캔자스시티)이 경질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디트로이트 A.J 힌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는다고는 했지만, 대회 한 달 전에 감독을 교체하는 것으로 MLB의 월드투어 개최 의도에 물음표가 찍혔다. 프로모션 비용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면, 한국시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게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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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 후 다저스타디움 3루 덕아웃에서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김하성. 사진=문상열전문기자

이때부터 MLB와 프로모터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프로모터는 티켓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했다. 한국시리즈 티켓 가격의 다섯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할 야구팬은 많지 않다. 여기에 두 차례 공개한 팀 MLB 엔트리에 특급 스타가 포함되지 않자 갈등이 폭발했다. 고성이 오갔고, 비용 지불과 선수 수급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불과 2~3일 만에 취소 결정을 내릴만큼 첨예했다.

6개월간 내세울 만한 스타를 한 명도 섭외하지 못한 MLB의 무능과 프로스포츠를 대하는 한국팬의 정서를 몰랐던 프로모터의 과욕이 KBO와 KBO리그 스타들을 들러리 신세로 전락시켰다. 일말의 기대감으로 월드투어를 기다린 야구팬도 농락당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포토] 올스타전에 펼쳐지는 하늘쇼
드림선수들이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리그 올스타전 클리닝 타임에 펼쳐진 불꽃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검증이 필요하다’며 보수적인 자세를 취한 KBO의 우려가 결과적으로는 맞았던 셈이다. 자국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MLB의 민낯이 공개된 순간이기도 하다. 월드투어를 간단히 취소할 수 있는 ‘용기’는 이들이 부르짖던 ‘야구의 세계화’가 미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선수수급 창구 확장과 MLB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돈벌이 수단으로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MLB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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