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박건우와 이야기 나누는 강인권NC감독대행 [포토]
이동욱 감독의 경질로 감독대행을 맡게 된 강인권 감독이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2프로야구 SSG랜더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를 준비하며 주장인 양의지, 박건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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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시기도 미묘하고, 말장난도 재미있다. 수차례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으니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주장도 이해는 간다. 소수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소송에 휘말렸다. 정식 재판은 아니고, 가처분 신청이다. 심문 기일은 내달 2일. 내용은 ‘대리인 인정 가처분 신청’이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이 시기에 불쑥 날아든 가처분 신청에 KBO도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적잖이 당황했다. KBO측은 “대리인 제도 도입 때부터 선수협과 합의한 부분”이라며 “법률 검토를 거쳐 잘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협 측은 “KBO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불가’라는 답변만 들었다. 에이전트 측에서도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입장이어서 법의 판단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토]홈에서 장성우에게 태그 아웃되는 노진혁
NC 노진혁(오른쪽)이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와의 경기 6회초 2사 2루 윤형준의 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뛰다 KT 포수 장성우에 태그아웃 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 대리인 제도는 연봉협상과 연봉조정신청 등에 한정돼 있다. 에이전트는 구단당 최대 3명, 총 15명 이상 계약할 수 없다. 가처분 신청을 한 에이전시는 ‘FA자격을 얻으면 구단 소속이 아니므로 ‘구단당 3명’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또 ‘에이전트 개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인원과 법인이 계약하는 인원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있는 법정싸움이다. 해당 에이전시는 국내 최다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FA계약 등 연봉협상이 필요한 시기에는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후에는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한다. 매니지먼트 계약에 관해서는 KBO가 따로 제재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구단당 3명 이하’ 규정에도 포함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올해 해당 소속사 선수가 다수 FA 권리를 취득한다. 특정구단에 선수가 몰려있는 점이 해당 에이전시의 발등에 불을 떨어뜨렸다.

[포토] 이명기 \'어디로 날아가는 거야?\'
NC 이명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5회초 1사1루 파울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모 구단 단장은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특정 업체에 유리한 주장이어서 썩 공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단 단장은 “샐러리캡 도입 등으로 비FA 다년계약이 일반화할 조짐이 있어, 에이전트 영역이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구단당 계약 인원을 제한하지 않으면, 특정 에이전시로 선수가 몰려 사실상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뚜렷한데다, 에이전시의 전략에 몸값 방어선이 무너지기 일쑤인 터라 각 구단도 가처분 인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시장논리만 놓고보면 KBO나 구단이 할 말은 없다. 대형 로펌에 대기업 쏠림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재판 승률이 좋기 때문이다. 선수가 특정 에이전시로 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S급을 제외한 A, B급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 짧게는 7년, 길게는 9년 이상 헌신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에이전트의 실적은 연봉과 비례한다. 먹자골목에서도 되는 집만 문전성시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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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시장을 통제하는 입장에서는 독과점만큼은 막아야 한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공동생산 공동분배’가 원칙이다. 전력 쏠림은 리그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이는 흥행참패로 직결된다. 전력 수급의 최대 창구인 FA 시장이 특정인에 의해 휘둘리기 시작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IMF 직후 현대와 삼성이 경쟁하던 ‘머니게임’의 결과가 어땠는지 돌아보면, 답은 나와있다.

법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는 늘 후유증을 남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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