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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 경기에서 구단 치어리더가 심판에 공을 전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3시간이 넘는 경기장을 쉼없이 뛰어다닌다. 선수도, 심판도, 팬도 아니다. 바로 볼보이. 배트걸 등으로 알려진 경기 도우미들이다.

올시즌 KBO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1분이다. 선수도 감독도 기자도 심판도 팬도 3시간 넘게 몰입하지만, 볼보이, 배트걸 등으로 알려진 경기 도우미들도 같은 시간 경기에 몰입한다.

이들은 더그아웃 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심판이 공을 달라고 하면 달려가 공을 건네준다. 심판마다 요청하는 공 개수가 다른데 1개에서 6개까지 떨어트리지 않고 무사히 전달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또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친 뒤 배트를 내려놓고 베이스를 밟으면 야구 배트를 치우는 일도 그들의 담당이다. 주자가 안타를 친 뒤 베이스에 안착해 보호 장비를 풀면 그것을 받아서 다시 자리로 가져다 놓는 역할도 수행한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경기장에서 볼보이만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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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과 경기에서 볼보이가 바쁘게 움직이며 배트를 치우고 있다. 잠실 | 황혜정기자.

이에 프로야구장에서 볼보이 일을 하고 있는 박민성(23)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성 씨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올해 휴학을 하고 일주일에 5~6번 서울 잠실 경기장을 찾아 볼보이 일을 하고 있다. 두산과 LG 두 팀을 모두 맡았기 때문이다. 잠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민성 씨는 집인 경기도 동탄에서 올라와 잠실 경기장에 대기한다.

볼보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야구장 안내 알바를 하다가 2019년 8월, 볼보이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볼보이 4년 차 민성 씨는 “위에서 지켜보는 것과 다르게 경기장 내에서 경기를 보는 게 시야도 다르고 내가 경기에 관여할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아서 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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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씨가 본지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 황혜정기자.

민성 씨와 볼보이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도 20대 초중반이 많다.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 일반인이다.

언뜻 보기에도 3시간이 넘도록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관중석에서 야구를 직관하는 것보다 힘들어 보인다. “힘들죠”라는 민성 씨는 “그럼에도 선수들과 더 가까이서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야구팬으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가까이서 프로야구 선수와 접촉하며 야구를 즐길 수 있는데다가 알바비도 받는다. 일석이조란다. 민성 씨는 “연습경기까지 도와주면 일당 7만원 정도 받는다. 돈을 저축해서 야구 시즌이 끝나면 동남아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포토]
두산 볼보이가 지난 9월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LG의 경기 도중 함지웅 주심에 볼을 전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4년 차 볼보이로서 덥거나 추운 날씨를 제외하고는 힘든 건 없단다. 가장 좋은 순간은 홈팀이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다. 집에 일찍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연장 승부에 간다고 추가 수당을 받는 건 아니란다. 그래도 막차 시간이 임박하면 멀리 사는 사람부터 퇴근시켜준다고 한다.

경기 내내 볼보이가 앉는 자리는 선수들이 대기하는 더그아웃 근처에 위치해 있다. 민성 씨는 “가까이서 본 야구 선수들은 정말 친한 형 같은 느낌이다. 가끔 ‘수고가 많다’며 말을 걸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LG 서건창(33)을 꼽은 민성 씨는 “구단에서 버림 받았는데 다시 성공해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은 올시즌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그가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을 때 어떤 기분이냐는 물음에 “팬으로서는 좋은데 앞에서는 티를 내지 못한다”며 “그래도 서건창 선수에게 선물도 몇 번 드리고 사인도 받았다. 특히 서건창 선수가 준 사인 배트는 집에 잘 모셔놓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et16@sportsseoul.com

황혜정 두리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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