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경호기자] "선수 때 많이 까다로워했던 정글러였죠"

젠지의 고동빈 감독과 '피넛' 한왕호의 이야기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형-동생이자 동료 선수로 함께 출전했던 두 남자는 마치 운명처럼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적수에서 사제지간이 된 고동빈 감독과 '피넛' 한왕호. 2022 LCK 서머 정상에 오른 그들은 이제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다음은 젠지 고동빈 감독과 '피넛' 한왕호와의 일문일답.

Q. 고동빈 감독과 피넛,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고동빈 감독 - 사실 정글이라는 포지션 때문이 아니라 왕호 선수는 베테랑이잖아요. 제가 선수 때만 해도 완전 신인 선수였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같은 정글러였다고 도움을 주거나 그런 것보다는 본인이 너무 잘 해온 것 같습니다.

피넛 - 저는 감독님이 제 플레이를 함으로써 여러 가지를 시도할 때 '다 해도 된다'는 느낌을 은연중에 많이 받았던 것 같고요. '하지마'보다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 같고, 그래서 더 좋은 성적도 나왔던 것 같고, 개인 성적도 좋은 폼이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확실히 정글러시다 보니까 피드백 할 때도 서로 자세하게 말 안 해도 금방 이해해서 그런 게 편했던 것 같습니다.

Q. 적수에서 사제지간이 된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고동빈 감독 - 선수 때 많이 까다로워했던 정글러 중에 한 명인데, 예전에 아시안게임 같이 갔을 때 감명 있게 본 친구라서, 팀에 여러 선수가 있었지만 피넛 선수가 있어서 새로운 기분?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피넛 - 첫 호칭으로 그 호칭을 나중에 잘 못 바꿔요. 동빈이 형은 아시안게임 같이 가서 그때 하도 동빈이 형이라고 입에 달고 사니까. 동빈이 형이 감독 확정됐다고 듣고 밥 한 번 먹었는데, 거기서부터 감독님이라고 잘 못하겠고 동빈이 형이라고 입에 붙더라고요. 공식 석상에서는 당연히 감독님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제가 LCK에서 뛰었을 때 정글러로써 제일 많이 상대했던 선수가 동빈이 형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 것도 신기했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금방 적응하다 보니까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Q. '2018 서머 MVP' 스코어→'2022 서머 MVP' 피넛

피넛 - MVP 이번에 두 번째로 받게 됐는데, 제가 받을 줄 몰라서 많이 놀랐었고요. 다시 결승전 영상 다시 봤는데 리얼리티가 묻어있지 않았나, 놀라는 게. 그럴 정도로 많이 놀랐었고, 당연히 MVP 받아서 좋은데 그 당시에 느꼈던 거는 저희 선수들이 LCK에서 우승이 없었잖아요. 그걸 4명이나 이뤘다는 게 너무 좋았던 것 같고, 동빈이 형도 감독님으로써 상연 코치, 무성 코치님도 LCK에서 우승이 없었는데 좋은 타이틀을 한꺼번에 이룬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고동빈 감독 - 저 같은 경우는 게임을 볼 때 MVP는 덜 신경 쓰는 편이어서 왕호 선수가 받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다 잘했고, 받았을 당시에 겹쳐 보이지는 않았어요. 왕호 선수가 잘해서 받은 거지 제가 18년에 받은 거랑 연관성 같은 건 못 느꼈던 것 같습니다.

Q. '넛미선' 담당 피넛, 팀에서 가장 말 안 듣는 멤버가 있다면?

피넛 - 다들 말 잘 듣고 들어주고 6명 선수들 다 그래서 그런 건 딱히 없고, 별명 붙었을 당시에는 시우가 끼니를 안 챙겨 먹고 자기 전에 군것질거리로 과자나 젤리, 초콜릿으로 먹고 자길래 그래서 말했던 거였어요. 단순하게 생각해서 어쨌든 5명이서 하는 게임인데, 시우가 건강이나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저한테도 타격이 오고 저도 손해잖아요. 당연히 시우한테도 손해겠지만 넓게 보면 팀한테 손해고. 그래서 시우를 위해서도 맞지만 어떻게 보면 제 자신이 손해 보기도 싫고 아쉽잖아요. 실력으로 졌으면 끝인데 당일 컨디션이 나빠서 지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그랬던 거고 서머 들어와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간식 거의 아예 안 먹습니다.

Q. 피넛, '은퇴 후 결혼식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불리는데 안 오면 서운할 것 같은 선수가 있을까?

피넛 -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반대로 너무 많으니까 스몰 웨딩이라 하나요? 감독님이 스몰 웨딩을 하셨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딱히 생각은 안 나고 여기서 한 명 꼽는 것도 너무 많으니까. 한다면 다 와줬으면 좋겠죠. 제가 거쳐갔던 팀원들, LPL에 있던 팀원들, 알았던 지인분들까지 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3편에서는 롤드컵읖 앞둔 마음가짐, 우승 공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park5544@sportsseoul.com

사진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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