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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창녕=황철훈기자] 흔히들 살기 좋은 고장을 표현할 때 ‘산 좋고 물 좋은’이란 말을 쓴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나 꼭 들어맞는 고장이 있다. 바로 경상남도 창녕이다. 창녕은 물 좋기로 유명한 ‘부곡온천’을 비롯해 자연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 사계절 아름다운 ‘화왕산’을 품은 고장이다.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관룡사를 비롯해 진흥왕 척경비, 술정리 삼층석탑, 석빙고와 고분군 …. 경주에 있는 문화유산을 언급한 듯하지만 실은 모두 창녕에 실재하는 문화유산이다. 이 때문에 창녕을 ‘제2의 경주’라고도 부른다. 8월 무더운 여름, 산 좋고 물 좋은 고장 ‘창녕’으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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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방에서 바라다 본 우포늪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1억 4000만년 전 태고의 신비 ‘우포늪’

우포늪은 한반도 지형과 함께 생겨난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다. 자그마치 1억 4000만년 전에 생겨났다는 얘기다. 경남 창녕군 대합·이방·유어·대지면 등 4개 면에 걸쳐있는 우포늪은 총면적 250만5000㎡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우포를 중심으로 목포, 사지포, 쪽지벌, 복원 습지인 산밖벌까지 총 5개 늪을 아울러 ‘우포늪’라고 부른다. 우포늪 권역은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4호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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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를 온통 녹색으로 뒤덮은 개구리밥. 마치 녹조가 낀 듯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우포늪은 생태계의 보고다. 가시연꽃을 비롯해 노랑어리연꽃, 마름, 생이가래 등 800여 종의 수생식물과 큰고니,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해오라기 등 200여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여기에 수달과 삵, 담비, 파충류, 각종 어류와 곤충까지 망라하면 우포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의 종은 총 1500여 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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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생태관에서 우포로 향하는 길엔 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길을 내준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우포늪 탐방은 ‘우포늪생태관’에서 시작한다. 입구로 들어서 조금만 걷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오른쪽은 대대제방 쪽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전망대를 거쳐 따오기 복원센터로 이어지는 길이다. 일단 어느 쪽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길은 순환길이라 만난다. 우포를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도는 우포늪생명길은 약 2시간 반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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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전망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날엔 아무래도 대대제방길 보다는 반대편 길이 좀 낫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드넓게 펼쳐진 우포늪은 온통 초록색, 마치 그린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물 위를 빼곡하게 채운 개구리밥과 마름 때문이다. 개구리밥과 마름은 물 위에 떠서 자라는 수생식물의 일종으로 각각 부평초와 물밤으로도 불린다.

늪 한가운데 마치 섬처럼 자리한 수풀과 그 가장자리에는 숨죽이며 물가를 응시하고 있는 왜가리 한 마리.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우포는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그윽한 풍경을 펼쳐낸다.

왼쪽 길을 걷다 보면 우포늪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을 마주한다. 전망대는 우포늪 곳곳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과 우포늪을 축소한 모형, 각종 전시물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 밖에도 우포를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로는 목포제방을 꼽는다.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사진 명소다.

우포의 신비스러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버들군락과 사초군락, 왕버들군락을 추천한다. 특히 목포의 왕버들군락은 100여 그루에 달하는 왕버들이 우포늪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펼친다.

우포를 와서 따오기를 못 보고 가면 섭하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오기♬” 바로 동요속에 나오는 그 따오기말이다. 전망대에서 10분 거리에 ‘따오기 복원센터’가 있다. 사랑과 행운의 새로 알려진 ‘따오기’는 귀하신 몸이다.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흔한 겨울 철새였다. 한국전쟁 이후 개체수가 급감하며 결국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포에서 볼 수 있는 따오기는 복원한 개체다.

창녕군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을 기증받아 인공증식에 성공한다. 그 후 개체수를 꾸준히 늘려 2019년부터 따오기 자연 방사를 시작했다. 현재 따오기 복원센터에는 400여마리의 따오기가 자연방사를 위한 야생 적응훈련을 진행 중이다. 따오기 복원센터에서는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따오기 무료관람을 진행한다. 관람 예약은 방문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마쳐야 한다. 관람은 매일 오전과 오후 각각 2번씩 50명 단위로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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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 잠자리나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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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 잠자리나라 체험관(망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곤충 생태체험관 ‘우포 잠자리나라’

우포잠자리나라는 말 그대로 잠자리를 테마로 한 곤충 체험학습관이다. 당연지사 잠자리는 물론 나비와 가재, 장수풍뎅이, 두꺼비, 개구리, 도마뱀과 심지어는 바퀴벌레까지 각종 곤충과 어류, 양서류를 모두 망라해 전시하고 있다.

잠자리나라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종류의 곤충과 어류, 양서류 등을 표본이나 영상이 아닌 실물로 직접 체험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설사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신비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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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우포 잠자리나라 입구 ②잠자리나라 전시실 ③잠자리 유충 ④잠자리나라 부화관

1층 입구에는 어른 키높이만 한 대형 거미줄에 다양한 곤충 액자가 걸려 있다. 실제 우포늪에 사는 곤충들을 채집해 전시해놓은 것이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를 비롯해 우포늪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잠자리 표본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에는 잠자리의 성장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잠자리 유충도 전시되어 있다. 먹이활동을 하거나 탈피를 한 유충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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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밀웜 ②이질바퀴 ③귀뚜라미 ④잠자리나라 개구리관

잠자리나라에서 특화된 부분은 체험이다. 체험 부문에선 ‘잠자리 유충 찾기’ 등 17개 주제로 30여 종이 넘는 생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들의 체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미션 수행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미션 수첩을 받고 각 전시실을 돌며 퀴즈를 푸는 방식이다. 미션 수행 성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며 박사, 석사, 학사 등급을 받으면 각각 3개월, 2개월, 1개월 무료입장 혜택이 주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늦어도 오후 4시까지 입장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단, 공휴일이면 다음날)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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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부곡온천지구 전경. 저 멀리 폐업한 ‘부곡하와이’ 건물이 보인다.

◇대한민국 온천 일번지 ‘부곡온천지구’

과거 ‘부곡하와이’로 유명한 온천지구였다. 1970~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이곳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명소이자 신혼여행 1번지였다. 특히 부곡하와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워터파크’로 당시의 유명세로 치면 지금의 캐리비안 베이에 절대 밀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 전국에 신규 워터파크가 생겨나면서 경쟁력을 잃고 급격히 몰락했다. 현재는 폐업한 상태로 덩그러니 빈 건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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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부곡온천지구에 위치한 크라운호텔 ‘야외수영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부곡(釜谷)은 지형이 가마솥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에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어 전국 각지에서 옴 환자와 나병 환자들이 찾아와 치료했다고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에도 이곳의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부곡은 꽤 유서 깊은 온천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부곡하와이는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부곡온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천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부곡온천지구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부곡온천은 최고의 수온인 78℃를 자랑하는 유황온천이다. 부곡온천 관광특구에는 호텔과 콘도, 골프장, 온천 분수대 등 온천을 기반으로 한 종합 휴양 시설과 다양한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부곡온천은 온천수의 수질과 효능도 뛰어나지만, 특히 가성비가 최고의 장점이다. 저렴한 비용은 기본, 객실 내에서 온 가족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가족탕을 비롯해 야외 온천 수영장, 바비큐장까지 커플부터 대가족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맞춤형 숙소들이 즐비하다.

부곡온천 지구를 찾았다면 ‘부곡온천 르네상스관’을 꼭 들러보자. 부곡온천과 창녕 관광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놀이시설과 증강현실, 멀티노래방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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