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응시하는 이강철 감독[포토]
KT 이강철 감독이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을 지휘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KBO리그 역대 최고의 잠수함으로 불리는 KT 이강철(56) 감독. 언더·사이드암 쪽으로는 리그 최고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 감독이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구속보다 무브먼트라 했다. 팔 각도를 올리면 스피드는 올라가겠지만, 더 치기 좋은 공이 된다는 경고다.

시작은 이채호였다. 지난 5월22일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서 KT로 넘어온 선수다. SSG에서는 뚜렷한 실적이 없지만, KT에 온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올 시즌 24경기 25.2이닝,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0을 찍고 있다. 필승조에 준하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이 감독의 손길이 있었다. 커브 그립을 새로 알려줬고,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그립만 알려줬다. 자기가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처음 왔을 때 보니 커브 같지 않더라. 그립이나 스로잉, 스냅 등이 좀 달랐다. 살짝 수정했다. 알고 봤더니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팔을 올렸더라.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야구를 언급했다. “고교 야구를 봤다. 사이드암 선수들을 보니 팔을 다 올렸더라. 구속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팔 각도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몸이 그렇다. 순리대로 가야 한다. 일부러 각도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정말 아니라고 판단해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임의 수정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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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채호가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아마 선수들의 제1과제는 프로 입단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실적’이 필요하다. 투수의 경우 투구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좋은 훈장이 스피드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유망주’라는 설명이 자주 나온다. 특히 고교야구 선수들의 경우 아직 미완성이기에 빠른 공을 던지면 아무래도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구속에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이라면 희소가치가 더 올라간다. 선발과 마무리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임창용이 있었고, 삼성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권오준이 있었다. 현역 중에도 정우영(LG), 서준원(롯데), 고영표(KT), 이재학, 원종현(이상 NC), 한현희(키움) 등이 활약중이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좌우 정통파에 사이드암을 더하면 다양성이 생긴다. 당연히 팀에도 좋다.

사이드암의 최대 강점은 무브먼트다. 옆으로 던지기에 오버핸드보다 공의 움직임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언더핸드 투수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정통파와 비교해 스피드는 덜 나오는 편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쪽이 아무래도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이드암 투수들이 팔 각도를 올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NC전 선발나선 키움 한현희[포토]
키움 한현희가 7월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 감독은 “팔을 어설프게 올리면 오히려 더 치기 좋은 공이 된다. 올릴 것이라면 아예 올려버려야 한다. 과거 나승현이나 이왕기(개명 후 이재율) 같은 투수들을 보라. 정말 좋은 공을 던졌는데, 구속을 위해 팔을 올렸다가 제일 치기 쉬운 공이 되고 말았다. 한현희도 그렇다. 각도를 올려서 시속 150㎞를 던졌는데 다 맞는다. 내리면 시속 140㎞라도 안 맞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팔을 내린 상태에서 안 맞은 것은, 그만큼 좋았다는 의미다. 하체를 잘 썼다는 뜻도 된다. 스카우트에게 어필하려면 구속이 좋아야 한다고 하더라. 좌우 무브먼트, 상하 무브먼트를 봐야 한다. 프로에 와서 힘이 붙으면 구속도 오른다. 자연스럽게 내 몸이 가는 대로 던져야 한다. 정말 몸이 딱딱하고, 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바꿔야한다.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면 억지로 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야기도 했다. “팔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올라가게 되어 있다. 예전에 내가 언더로 던질 때 ‘허리, 팔 다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주동식 선배가 ‘내버려두라. 몸이 힘들어지면 알아서 변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덕분에 폼을 바꾸지 않았다. 장점이 있으면 장점을 살려야 한다. 선수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암과 언더핸드는 정통파와 비교해 허리를 많이 숙이고, 몸을 많이 비틀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당연히 힘들다. 갈수록 몸을 덜 비틀게 되고, 허리도 덜 숙인다. 그러면서 팔 각도도 올라온다.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는 문제가 없다는 이 감독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부터 구속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더했다. 통산 152승을 거둔 레전드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구속 혁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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