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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오징어게임’의 글로벌 스타 이정재의 감독데뷔작, 그의 오랜 지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1999)이후 23년 만의 공동주연...

올해 한국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로 꼽히는 영화 ‘헌트’는 작품 외적으로 화제성을 모으기 충분했다. 이미 국내 공개 전인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연 ‘헌트’는 ‘소문난 잔치’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단순히 톱스타가 연출하고 출연했다는 의미를 넘어 관객을 사로잡을 매력이 충분하다. 10일 개봉을 앞둔 ‘헌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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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군부정권, 민감한 소재 균형감있게 전달

‘헌트’는 1980년대 초반 허구의 군부정권이 배경이다.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 장성 출신 대통령의 집권 시기, 대통령 암살기획을 막기 위한 안전기획부 내 국내파트 담당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파트 담당 박평호(이정재)의 힘겨루기, 안기부에 침투한 거물간첩 동림, 그리고 김정도와 박평호가 간직한 비밀이 이야기의 주된 뼈대다.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 장교 이웅평 월남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 당시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보기에 따라 다소 예민할 수 있는 내용을 균형있는 시각으로 담았다.

군부정권 내 안기부가 배경인 일명 ‘남산 느와르’ 영화가 당시 안기부와 민주화운동가들의 갈등을 주된 소재로 내세우는 반면 ‘헌트’는 당시 충돌했던 다양한 신념들을 박평도와 김정도의 첩보활동과 맞물리게 해 매력적인 장르물로 진화했다.

여기에 실내 총격신, 일본 카체이싱, 태국 폭파 장면 등 다채로운 볼거리까지 더하며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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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VS 정우성, 정우성 VS 이정재

이정재와 정우성, 정우성과 이정재는 ‘헌트’의 알파와 오메가다. ‘태양은 없다’이후 23년 만에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의 시너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주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전반부는 두 사람의 알력 다툼이다. 중앙정보부 출신으로 안기부 해외팀을 이끌고 있는 박평호와 공수부대 출신으로 안기부 국내팀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도가 서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파워게임을 시작한다. 매끈하게 수트를 차려 입은 두 남자가 서늘한 시선으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서로를 관찰할 때, 관객 역시 서서히 이야기에 빠져든다.

중반부는 안기부 내 북한간첩 동림을 찾기 위한 양측의 의심이다. 단순히 세력 다툼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상대가 동림이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갈등과 반목을 이어가며 서로의 비밀을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남자배우 2명의 투톱구조 영화가 흔히 ‘브로맨스’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에 감춰진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불필요한 서사와 캐릭터도 지웠다. 오롯이 두 남자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출연한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등이 살을 붙여 나가며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였다.

‘태양은 없다’의 청춘이 이렇게 멋진 중년이 됐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23년을 기다렸나 싶을 정도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등 톱스타 카메오 열전

영화에 집중하다보면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된다. 황정민, 박성웅, 주지훈, 김남길, 정만식 등 예고에 없던 배우들이 스크린에 튀어나온다. 심지어 주지훈, 김남길 등은 대사도 별로 없어 닮은 배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정재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와 우성 씨가 23년 만에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영화계 지인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너도나도 카메오를 자청했다”며 “이분들이 모두 출연하면 강약조절에 실패할 것 같았는데 모두 나와야 한다는 얘기에 고민하다 한날 한시에 출연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전부 스케줄이 바쁜 분들인데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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