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 넬2

[스포츠서울|인천=조은별기자]팬데믹으로 3년간 멈췄던 록 스프릿이 뛰기 시작했다. 드럼 비트는 발을 구르라는 신호다. 묵직한 베이스 리듬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고 기타 선율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청춘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2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해방감을 만끽하는 젊은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첫날엔 37도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졌고, 둘째 날엔 폭우가 쏟아지며 공연장 전체를 습기가 가득 들어찬 거대한 사우나탕으로 만들었지만 관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숨 쉬기조차 힘든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며 뛰었고,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댔다.

1-펜타포트 크라잉넛 (1)

록페스티벌의 상징인 슬램(몸을 부딪히며 공연을 즐기는 행위)은 3년간 방안에 갇힌 이들의 연대와 공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직장 동료들끼리, 학교 친구들과도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눈으로만 인사를 건네야 했던 시간을 견딘 이들은 공연장에서 처음 본 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몸을 부대꼈다. 관객들이 자체 제작해 공수한 깃발이 나부끼자 흡사 강강수월래 형태로 ‘헤쳐모여’가 반복됐다. 깃발에는 ‘슬램 전 거리두기’, ‘퇴사’ 등등 톡톡 튀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은 관객을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홍대 터줏대감인 밴드 크라잉넛은 20여 년 넘게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섰던 구력을 십분 발휘,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히트곡 ‘룩셈부르크’는 사흘간 열리는 페스티벌을 마음껏 즐기라는 지령이자 신호였다.

인천팬타포트 길놀이(스탠딩존) JYJ_8414

인천팬타포트 길놀이 JUN_4064

“룩, 룩, 룩셈부르크 / 아, 아, 아르헨티나~”. 신나고 경쾌한 베이스리듬에 맞춰 10여 개 넘는 슬램이 형성됐다. 크라잉넛은 “4개월 전만 해도 록밴드가 사람들을 불러서 공연하고 록페스티벌을 한다면 미친 짓이었는데, 이 미친 짓을 여러분과 함께 해보려고 한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첫 날 헤드라이너인 넬은 공연장 전체를 조명맛집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히트곡 ‘오션 오브 라이트’ 때는 푸른 조명 위로 물대포가 쏟아졌고 강렬한 록샤우팅이 인상적인 ‘믿어선 안될 말’을 부를 때는 공연장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기억을 걷는 시간’의 서정적인 첫 구절 ‘아직도’가 흘러나오자 관객들도 잠시 뛰는 것을 멈추고 휴대폰 조명으로 화답했다. 팬들과의 강렬한 만남에 이들은 본 무대에 앵콜곡 ‘스테이’까지 부르며 기쁨을 드러냈다.

펜타포트 넬 (1)

뱀파이어위켄드 (10)

셋째날 서브헤드라이너였던 이디오테잎은 송도 전체를 거대한 클럽으로 만들었다. 강렬한 전자음이 지축을 울리자 곳곳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젊은이들의 열기에 놀란 중장년들까지 송도클럽에 발을 들여놓고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팬데믹으로 해외 아티스트의 참여가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아티스트들도 인상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프랑스 밴드 타히티 80, 스코틀랜드 록밴드 모과이, 슈게이징 메탈 밴드 데프헤븐 등은 록스피릿을 마음껏 분출했다. 10년만에 한국에서 공연한 뱀파이어 위켄드는 둘째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의 밴드 재패니즈 브랙퍼스트는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과 함께 작업한 곡 ‘비 스위트’를 들려주기도 했다.

인천 펜타 잔나비

인천 펜타 자우림

아티스트들 역시 지루한 비대면 공연을 벗어나 직접 관객과 호흡하고 소통하는데 의의를 뒀다. 크라잉넛은 “저희가 나중에 먼 훗날에 술 한잔 하면서 오늘을 생각하면 영화 같았다고 말할 것 같다”라고 했고, 넬은 “1999년 펜타포트의 전신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보러왔다가 취소된 기억이 있는데 밴드로서 함께 세월을 지내며 유일하게 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날 참여한 밴드 더 발룬티어스의 보컬 백예린은 거듭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며 기쁨을 드러냈고 헤드라이너인 자우림은 “록 페스티벌이 지금 덥고,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천팬타포트 이모저모

열정과 흥분에 무례한 멘트를 남긴 아티스트도 있었다. 둘째날 서브 헤드라이너였던 밴드 잔나비는 “저희가 2014년 펜타포트 슈퍼루키로 제일 작은 무대의 제일 첫 번째 순서로 시작해 야금야금 여기까지 왔다”면서 “고지가 멀지 않았다. 한 놈만 제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팀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전하고 싶다. 펜타포트는 우리가 접수한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사흘간 열린 페스티벌에 약 13만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도 둘째날 공연장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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