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시와맞대결SSG노경은[포토]
SSG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불혹을 앞둔 베테랑 노경은(39·SSG)이 일주일 사이 3승을 따냈다. 네 차례 등판해 6이닝을 소화했고,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구위를 뽐냈다. 지칠법도 한데 “행복하다”며 웃는다. 건강한 몸으로 꾸준히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노경은에게는 행복이다.

불펜전환 대성공이다. 당초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불펜으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가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하자 복귀전(6월28일 한화전)을 선발로 치렀다. 정확히 2개월 만에 돌아와 5이닝 무실점으로 변함없는 구위를 뽐냈다. 그때도 노경은은 “골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구하는데는 문제없다”며 싱글벙글했다.

전반기를 선발로 마친 노경은은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전환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재활을 마친 박종훈이 복귀했고, 새 외국인 투수 숀 모리만도가 가세해 팀을 위해 뒤로 물러났다. 노경은은 “돌아올 선수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할 때까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마음”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보직에 관계없이 1군 마운드에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얘기를 또했다.

[포토] 역투하는 SSG 노경은
SSG 투수 노경은이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경기 7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불펜으로 나선 첫 세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홀드 두 개를 수확한 그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다섯 경기에서 네 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을 따냈다. 지난 4일 고척 키움전부터 6일 문학 삼성전까지는 3연속경기 등판하는 강행군을 했다. 특히 6일 삼성전은 공식적으로 ‘휴식일’로 통보받았다. SSG 김원형 감독은 “휴식일인데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자원등판했다. 감독으로서는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베테랑의 살신성인을 칭찬했다.

이날 최고구속은 시속 145㎞에 머물렀는데, 첫 이닝(연장 10회)에는 속구를 던지지 않았다. 시속 109㎞까지 구속을 늦춘 너클볼을 꺼내들어 삼성 타선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그는 “3연속경기 등판이어서 구위가 평소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구종을 활용했다”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투구 자체의 희열에 매료된 표정이었다.

노경은이 SSG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이정도 활약을 예상하는 시선은 없었다. 특유의 성실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김 감독은 롯데 시절 일화를 들려주며 노경은의 남다른 인성을 칭찬했다.

\'전반기수고많았네요\'김원형감독[포토]
SSG 김원형 감독이 승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 감독은 “투수코치 입장에서는 베테랑 투수를 2군으로 보낼 때가 가장 힘들다.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경은이는 2군행 통보를 아주 쿨 하게 받아들이더라. 그러면서 ‘제가 내려가야되면 당연히 가는 게 맞다. 대신 코치님, 저 잊지 마세요. 노경은이라는 투수가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라며 웃더라. 그 모습에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롯데 투수코치에서 두산 수석코치를 거쳐 SSG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첫해 투수난으로 악전고투한 뒤 노경은을 떠올렸다. ‘나를 잊지 말아달라’던 베테랑의 미소가 김 감독의 함박웃음으로 커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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