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출처 | 올림피아코스 구단 SNS 캡처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뜻밖에 이별이다.

그리스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인 수페르리가 엘라다의 명문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26)이 입단 나흘 만에 자신을 영입한 감독과 이별했다. 올림피아코스 구단은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페드로 마르틴스(포르투갈) 감독과 결별하고 카를로스 코르베란(스페인)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새 시즌 개막 직전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차 예선 탈락이 빌미가 됐다. 올림피아코스는 지난달 28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2022~2023시즌 UCL 2차 예선 마카비 하이파(이스라엘)와 2차전 홈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앞서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긴 올림피아코스는 1,2차전 합계 점수 1-5로 져 유로파리그로 밀려났다.

올림피아코스는 패배 다음 날이던 지난달 29일 구단 공식 SNS에 황인범 영입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UCL 탈락에 분노한 다수 팬이 게시물 댓글에 ‘마르틴스아웃’을 적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8년 여름부터 4년간 팀을 이끈 마르틴스 감독은 “사임할 생각이 없다”며 팬 반발에도 새 시즌 지휘봉을 잡을 뜻을 보였다. 그러나 올림피아코스 구단은 결국 변화를 선택했다.

올여름 유럽 재진출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황인범은 FC서울과 연장 계약을 맺었다가 올림피아코스와 연이 됐다. 최근 동아시안컵 국가대표팀 차출 도중 홀로 귀국해 올림피아코스행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확실한 멘토 구실을 한 건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평소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황인범은 실제 벤투 감독과 축구는 물론 미래에 대해서도 견해를 주고받는 편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짧은 시간이었으나 올림피아코스 감독직을 지낸 적이 있다. 게다가 동향인 마르틴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는데, 벤투 감독은 올림피아코스의 비전과 축구 스타일이 황인범과 부합하리라고 봤다. 황인범이 그리스행 비행기를 타는 데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마르틴스 감독이 물러나 황인범으로서는 머쓱한 상황.

카를로스 코르베란
카를로스 코르베란 올림피아코스 신임 감독. 출처 | 올림피아코스 구단 SNS 캡처

그럼에도 황인범에게 올림피아코스는 유럽 빅리그 진출 목표에 디딤돌이 될 수준의 팀이다. 새 수장인 코르베란 감독은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 U-23 팀을 이끌면서 1군 사령탑이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으로부터 “잠재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허더즈필드 타운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 리그 3위 성적을 냈다.

올림피아코스는 오는 5일 안방에서 슬로바키아의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와 유로파리그 3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황인범은 유로파리그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 경기에서 올림피아코스 데뷔전이 예상된다. 코르베란 감독 역시 사령탑 데뷔전이다. 황인범이 새 수장 앞에서 눈도장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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