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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어릴 때 장군감이라는 소리 한 번 못 들었는데, 이순신 장군이라고?”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은 김한민 감독에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의아함과 당황스러움, 질문을 갖게 된 그 시간이 지금 와서는 이 작품과 역할을 완성하기까지의 좋은 고민을 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명량’속 최민식 선배가 그린 용장이 아닌 젊은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혜롭게 수군을 이끌며 전투를 승리하는 이야기라고 하며 ‘붓과 활’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독려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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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6), ‘최종병기 활’(2011)을 통해 이미 김한민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박해일은 당시 감독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정했다. 하지만 주연배우로서 부담은 여전했다. ‘국민영웅’ 이순신이라는 무게,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전작 ‘명량’ 속 최민식과의 비교 등 난관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역할에 대한 부담이 크다보니 물리적으로 흥행에 대한 부담까지 고려할 만한 균형감이 없었다. 이순신 장군은 알면 알수록 흠결이 없는 분이다. 그 분을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초라해졌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수양을 많이 쌓은 선비다. 유학을 공부하고 무인의 길을 걸었다. 공직에 몸을 담고 7년 전투 기간 동안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임했다는 게 보통 장수는 아니다. 전투 중 부인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들어도 행여 마음이 흔들릴까봐,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그분이 돼 연기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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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마음수양을 위해 동네 절에 가서 염불 소리, 종 소리, 풍경 소리도 듣고 오곤 했다. 촬영 때도 늘 반듯하고 바른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그럼에도 촬영은 쉽지 않았다. 박해일은 여수 오픈 세트에서 진행한 판옥선 위에서 촬영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전투를 지휘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판옥선 위에 올라가며 모든 게 잘 보인다. 이는 반대로 모든 배우, 스태프들,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까지 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있기조차 힘들고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완성된 박해일의 이순신은 감독의 의도대로 냉철하고 차분한 젊은 지략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별 대사 없이 고뇌하고, 표정으로 좌중을 압도하던 박해일의 입에서 “발포하라”는 한마디가 터진 순간 관객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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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차분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했다. 배우가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대사지만 이번 작품에서 나는 대사가 많지 않다. 눈빛에 감정을 담고, 호흡과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해야 했다. 내 얼굴 하나로 극의 흐름을 보여줘야 했기에 촬영 기간 내내 이순신 장군의 기운을 품으려고 했다.”

그는 ‘명량’ 속 최민식의 이순신이 ‘불’이라면 자신이 연기한 ‘한산’ 속 이순신은 ‘물’이라고 강조했다.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불같은 기운으로 딱 버티고 전투에 임해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 ‘한산’의 이순신은 물의 기운으로 모든 배우들이 두루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헤어질 결심’의 해준도 해군 출신으로 설정돼 있다. 개봉 전이지만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역시 바다 테마가 있다. 내게 올해 물의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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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여수 세트장에서 80%정도 완공된 거북선을 보며 ‘조선을 지키는 수호신’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세계로 뻗어나가 더욱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선의 500년 역사 중 승리의 역사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해전사에서 손꼽을만한 전투를 영화로 표현한다는 건 국민적 자긍심을 표출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아픔의 역사와 더불어 승리의 역사도 보여주며 균형감을 갖춘다면 그게 영화 속 ‘의와 불의’가 아닐까 싶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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