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삼성 오재일, 또 넘어가나...
삼성 오재일이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전에서 6회초 3타점 2루타를 때리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한국시리즈보다 더 벅차더라.”

삼성이 충격의 13연패 사슬을 마침내 끊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뒤집힌 경기들도 꽤 많았던 탓이다.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끈 오재일(36)은 아예 한국시리즈 우승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삼성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0의 완승을 거뒀다. 선발 허윤동이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뽐내며 승리투수가 됐고, 오재일이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을 쓸어담았다.

삼성 선수들은 13연패를 당하는 동안 참담함을 느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헤매고, 방망이가 힘을 내면 마운드가 무너졌다. 이상할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졌다. 분명 이길 수 있는 경기들도 적지 않았다. 딱 그뿐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참 다양한 방법으로 진다’는 푸념이 나왔다.

선수들이라고 분위기가 좋았을 리가 없다.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패는 모든 것을 뒤덮는 법이다. 24일 경기도 승리는 했지만, 선수들이 받은 압박감은 일반 경기와 확연히 달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오재일조차 떨었다.

오재일은 “5회초 홈런을 쳤을 때는 ‘이겼다’ 싶기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홈런 같다. 그래도 혹시 또 모르지 않나. 연패중이기에 9회 끝날 때까지 계속 긴장했다. 나도 모르게 힘들었나보다. 올스타 휴식기도 불편했다. 연패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 정말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계속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최종전, 9회말 투아웃 때보다 긴장했다. 한국시리즈 MVP도 받은 적이 있는데 오늘 경기가 한국시리즈보다 더 많이 긴장됐고, 더 벅찼다. 그런데 좋아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도 웃을 수 없었다.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출전 경기만 36경기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2019년에는 4경기, 타율 0.333, 1홈런 6타점, OPS 0.979를 찍으며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하기도 했다.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펄펄 날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어느 때보다 떨리기 마련이다. 일반적이라면 정규리그 1승과 비교할 수 없다. 무게감이 다르다. 그러나 오재일에게 24일 거둔 1승의 묵직함은 한국시리즈 이상이었다. 13경기 내리 지면서 그만큼 힘들었다는 의미다. 간절함을 안고 승리를 따냈다. 분위기를 바꿨다. 이제 다시 기세를 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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