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비긴어게인\' 유희열,

[스포츠츠서울|조은별기자]“코드 진행 일부가 겹친다고 표절이라 할 수 없다” VS “정도가 지나치면 스스로 멈춰야 한다”

일부 유튜버들이 제기한 싱어송라이터 유희열의 표절 의혹이 다시금 음악계와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혹의 당사자인 유희열이 지난 18일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신이 진행하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차의사를 밝히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었다.

가요계는 원작자까지 부인한 사안에 대해 지나친 억측이라는 의견과 의혹에 관대해지면 더 큰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정민재는 18일 자신의 SNS에 “코드 진행 일부가 겹친다고 해서 표절이라 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아주 사적인 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의 경우 ‘메인테마의 유사성’만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이는 표절과 다르며 그렇기에 원작자 역시 유사성을 인정하는 표절이 아니며 후속조치가 필요치 않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MBC ‘100분토론’에서 가수 김태원 씨는 ‘두 곡의 8마디가 똑같다’고 주장했지만 결코 똑같지 않다”고 적었다.

반면 음악평론가 이대화는 자신의 SNS에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일은 당연히 없고 특정 아티스트와 곡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문제될 것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스스로 멈춰야 했다”고 썼다.

이 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특정곡을 레퍼런스로 삼더라도 지나칠 경우 추후 문제가 된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음악평론가들조차 이번 사태에 대한 이견이 갈리듯 표절은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예민한 문제로 꼽힌다. 국내법은 두 저작물의 멜로디·화성·리듬 등의 ‘실질적 유사성’과 문제가 된 곡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해 만들어졌는지 ‘접근 가능성’ 등을 침해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시비를 가린다.

하지만 이 역시 장시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판가름이 난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결론을 얻기 어렵다.

◇유튜버 좌표 찍기는 대부분 공감...유희열 ‘100분토론’ 방송 후 무너져

음악평론가들은 표절의혹 공방과 별개로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가 여타 뮤지션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유튜버들은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거짓말거짓말거짓말’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표절의혹은 민사의 영역인데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수 장사를 위해 검증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도 “마녀사냥 분위기가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의혹 제기 후 유희열의 최초 대처는 미흡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김 평론가는 “경미한 교통사고가 날 경우 보험회사를 불러 해결하듯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유희열 측이 류이치 사카모토 측 입장을 빠르게 전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도 “일부 닮은 부분은 있지만 서로 다른 곡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최초 대처에서 마치 표절을 인정하듯 언급하면서 바로 잡기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는 유희열이 이번 사태로 13년간 진행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아이돌 그룹과 오디션 위주 음악 예능 홍수 속 실력파 가수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순수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복수의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희열은 지난 5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 이후 제작진에게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 제작진은 유희열의 하차를 끝까지 만류했지만 유희열이 완강히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600회나 진행할 만큼 ‘스케치북’에 대한 유희열의 애착이 강했지만 ‘100분토론’에서 음악동료들이 자신을 파렴치한 표절범으로 몰아가는 것을 본 뒤 완전히 무너졌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음악관계자는 “새로운 진행자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의혹으로 13년이나 진행해온 프로그램에서 불명예 하차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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