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야수들 마운드에 모은 홍원기 감독[포토]
홍원기 키움 감독이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9회초 내야수들을 모아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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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10년 전이다. 넥센(현 키움) 지휘봉을 잡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염경엽 기술위원장은 “선수 각자가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야구가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선수들의 장점 찾기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눈 감고도 맞힐 수 있는 코스를 찾았고, 체격과 체형에 따라 스윙 메커니즘을 다르게 정립했다. 심재학(현 MBC스포츠+ 해설위원) 타격코치도 사비를 들여 메이저리그 타격코치의 강습회에 참여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투수 코치로 합류한 손혁(현 한화 코디네이터) 코치는 투수들의 피칭 디자인 정립에 힘을 실었다.

당시만해도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 운영을 진두지휘하던 때여서 구단의 방향성 정립에 프런트 현장 구분없이 자기 몫을 했다. 현재까지도 키움의 ‘선수보는 안목’은 리그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홈런치고 챔피언벨트 두른 이정후[포토]
키움 3번타자 이정후가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5회말 1사 1,2루에서 이의리를 상대로 우월 3점홈런을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2012년 8개구단 중 6위에 머문 키움은 염 위원장이 감독으로 부임한 2013년 4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지난해까지 키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7위에 그친 2017년뿐이다. 염 위원장이 물러난 뒤 손혁, 장정석(현 KIA 단장) 감독에 이어 홍원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히어로즈 특유의 문화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가장 먼저 50승 고지를 밟으며 선두 SSG를 턱밑까지 추격한 2위로, 대권에 도전 중이다. 개막 전만해도 약체 중 한 팀으로 꼽혔던 키움은 파란을 일으킨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승승장구 중이다. 홍 감독은 “코치진이 설정한 방향을 선수가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잘 준비한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홈런 타자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 발빠른 타자가 많은 팀이다. 거포는 부족하지만 날카로운 스윙과 빠른 발을 이용해 필요한 점수를 뽑아내는 건 키움의 색깔이다.

안우진
키움 안우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창단(2008년) 초기 시행착오를 거쳐 구단 운영 시스템이 정립되자 적어도 선수단 색깔만큼은 10년째 한결같다. 이른바 ‘오너리스크’ 탓에 팀이 크게 휘청인적은 있지만,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국내 최정상급으로 키워내는 키움만의 시스템은 시즌을 거치며 더 견고해졌다. 타격 천재로 불리는 이정후, 비공인 시속 160㎞를 꽂아 넣은 안우진 등 만화같은 선수가 팀을 끄는 동력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을 홈으로 쓰고,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검증된 강팀인데도 비인기 팀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다.

올해 키움의 약진은 ‘부자 구단’들이 얼마나 방만하게 팀을 꾸려왔는지를 대변한다. 300억원을 쏟아부은 KIA는 외국인 선수를 수급할 콘택트 포인트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국인 사령탑을 앉힌 롯데와 한화는 표류하는 배처럼 위태로운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감독 성향에 따라, 대표이사나 단장 한 명의 입김으로 방향성이 흔들려서는 결코 지속적인 강팀으로 도약할 수 없다. 올해 순위표가 증명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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