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국대
브레이킹 국가대표 4총사 김종호 최승빈 전지예 김예리(왼쪽부터)가 21일 진천선수촌 오륜관 내 훈련장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체육회

[스포츠서울 | 진천=김용일기자] “다른 종목 선수들이 춤 배우고 싶다며 찾아와요.”

21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브레이킹 국가대표 4총사’ 비보이 김종호(레온) 최승빈(헤디·이상 29) 비걸 전지예(23·프레시벨라) 김예리(22·옐)는 춤으로 태극마크를 단 최초의 댄서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힙합 비트에 맞춰 역동적인 동작을 표현하는 댄스의 한 종류. 서로 춤으로 대결하는 ‘배틀’이 상징적이다. 스포츠로서의 요소를 인정받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 파리하계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들 4총사는 지난해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아 댄서로는 처음으로 진천선수촌에 입성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내 창고로 사용하던 오륜관 2층 한 공간을 브레이킹 대표팀 훈련장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지난 4월 마쳤다. 비보이 1.5세대로 불리는 조성국 감독 지도 아래 4총사는 선수촌 생활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 올 9월 예정됐던 아시안게임이 미뤄졌으나 12월 세계선수권 등을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브레이킹 훈련장
대한체육가 올 4월 진천선수촌 내 마련한 브레이킹 대표팀 훈련장. 기존 오륜관 2층 창고를 리모델링했다. 제공 |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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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선수촌에 흐르는 힙합 비트…“다른 선수가 신기해해요”

잘 나가던 ‘춤꾼’이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촌에서 지내고 있으니 타 종목 선수도 신선하게 바라본다. 2018 유스올림픽 브레이킹 동메달리스트이자 댄스 예능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김예리는 무릎 부상 재활로 이달 들어서야 선수촌에 합류했다. 그는 “아무래도 타 종목 선수에겐 밖에서 춤추던 댄서가 왔으니 신기해하는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만났을 때 반가워해 줘서 고맙더라”고 말했다.

‘18년 차 비보이’로 2013년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 등 주요 세계대회를 제패한 김종호는 “우슈 국가대표 함관식 형과 매우 친해졌다. 그 형 통해서 체조 대표 선수들과도 교류하게 됐다. 역도, 레슬링 선수도 춤에 관심이 많더라”고 언급했다. 고교 1학년이던 2015년 브레이킹에 입문해 정상급 댄서로 거듭난 전지예는 “서희주(우슈) 등 여자 선수도 춤 배우고 싶다며 (훈련장을) 찾아오겠다더라. 음악도 빵빵 틀어놓고 하니까 다른 종목 선수에게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농담으로 우리끼리 ‘아예 여기에 클래스를 열까’라고 얘기했다”고 웃었다.

◇답답할 줄 알았는데…“선수촌에 오니 아픈 곳도 사라져”

예술가는 본래 자유로운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브레이킹 선수들이 통제된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게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최승빈은 “처음엔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또 숙소와 훈련장, 식당, 메디컬센터 등이 한 공간에 있으니까 시간 낭비가 없고 운동에 집중할 환경이 돼서 좋다”고 말했다. 김종호도 “대회 준비할 때 선수촌에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환경에 적응하는 데 과도기가 있었다. 전지예는 “4월에 처음왔을 땐 코로나 관련 통제가 엄격했던 터라 외박이 없었다. 입촌하자마자 2주를 지냈는데 스트레스가 있긴 했다”고 떠올렸다. 이들 모두 선수촌 내에서 또다른 영감을 찾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댄서는 역동적인 동작만큼이나 어깨, 팔 부상 등을 안고 사는데 부상 관리에도 최적의 공간이란다. 한때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댄스 인생 고비를 맞았던 김종호는 “선수촌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뒤로는 안 아프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지예는 “오십견 초기 판정을 받았는데, (운동을 많이 하니) 근육으로 잘 잡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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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위 가운데) 감독 이하 브레이킹 대표팀. 제공 |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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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브레이킹 국대 1세대…“아이들이 춤추고 싶다고 하는 그날까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댄서인 만큼 책임감도 남다르다. 김예리는 “나이는 드는 데 과거 유스올림픽 메달리스트로만 불리고 싶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통해 댄서로 타이틀을 바꾸고 싶다. 나 포함해 우리가 잘하면 이 종목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종호는 “19년간 춤을 췄는데, 국가대표는 생각도 못 했다. 그 전에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반응없던 친척이 모두 연락 하더라”며 태극마크의 무게를 전했다.

최승빈은 “꼭 국가대표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선발전에 나간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틀이 생겼다. 나중에 어린 친구가 우리를 보고 브레이킹을 하고 싶다고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전지예는 댄서로 명확한 목표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때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거듭났고,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한때 부모께서 생계를 유지할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은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다’며 좋아하신다”고 웃었다.

4총사 모두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도 넘어 아시안게임,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날을 꿈꾼다. 그리고 훗날 브레이킹이 여러 기업과 지자체의 관심을 얻으면서 자신을 보고 춤을 배우려는 꿈나무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한국 브레이킹의 새 역사는 이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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