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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가 ‘넘버1’이 됐다고? 하하하,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지난 8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송강호의 말투는 겸허하면서 단호했다.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났지만 수상의 기쁨을 나누기보다 연기의 희열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 비중을 뒀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위해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수상을 목표로 칸에 간 적은 없다. 영화는 관객과 소통이 중요한 직업이다.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되는 게 하나의 과정이긴 하지만 ‘수상’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송강호의 반응과 달리 영화계는 흥분에 젖어들었다. 그에게 칸 영화제 트로피를 안긴 영화 ‘브로커’가 8일 개봉하면서 ‘범죄도시2’를 잇는 한국영화 1000만 시대의 주역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브로커’는 개봉 첫날에만 14만 관객을 동원하며 당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인으로 반가울 따름이다.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영화 산업 자체가 힘들었는데 관객들이 편안하게 영화관을 찾는 모습이 기뻤다.”

‘브로커’ 속 송강호의 모습은 관객들이 익히 알고 있던 송강호 그 자체다. 그는 세탁소 일을 하며 영아 불법 입양을 주선하는 브로커 상현을 연기한다. 상현이라는 이름은 지난 2009년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박쥐’ 속 사제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박쥐’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박쥐’를 찍은 지 10년이 넘어서 극중 캐릭터 이름이 같은지 미처 몰랐다”며 “인터뷰를 마친 뒤 고레에다 감독님을 만나는데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브로커’는 실상 오래 묵힌 장(醬)같은 작품이다. 지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고레에다 감독과 처음 안면을 튼 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다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영화의 가제는 ‘요람’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에게 “당장 들어갈 작품은 아니지만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송강호 역시 출연을 약속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취재진에게 송강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편집과정에서 송강호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송강호는 “사실 그다지 도와드린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리 말의 미세한 차이, 변화같은 부분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그것도 다른 배우 출연 분량은 말씀 못드리고 내가 나온 장면만 말씀드린 건데 그게 감독님께 크게 와닿았나보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고레에다 감독은 ‘탈권위’의 덕장”이라고 표현했다.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후배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지은은 나이에 비해 삶의 깊이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대단한 배우, 강동원은 막내동생처럼 사심없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 배두나는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배우”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 전에도 십수년간 한국 최고의 배우로 꼽혀왔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그와 작업했다. 송강호는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에 대해 “잘생기지 않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어서 아닐까”라고 답했다.

송강호는 “영화라는 게 삶과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 아닐까 싶다”며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배우다. 훌륭한 분들과 동지로 작업하는 건 배우로서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현 역을 연기하기 위해 동네 세탁소에 가서 바느질하는 방법까지 배웠다는 그의 열정으로 미루어보건데 거장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을 듯 하다.

때로 영화계와 대중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송강호는 “배우는 단거리 주자처럼 짧게 결과를 내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변함없는 송강호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써브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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