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밝게 웃는 이정후, 민병헌-강백호와!
지난 2019년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이정후(가운데)와 강백호(오른쪽)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액션피치컷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육성 기치를 내세웠다면, 프로답게 통 큰 투자를 하는 게 어떨까. 동기부여도 되고,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선순환을 넘어 활성화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 얘기다.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AG가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 탓에 연기됐다. 중국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국제대회가 없는 홀수 해에 AG 개최를 바랐다. AG 최강국인 중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으니, 이왕 연기된 것 이번 대회부터 홀수 해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AG 원년이 1951년(인도 뉴델리)이라는 점도 홀수 해 개최 정당성을 담보한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9 아시아예선 한국-일본
지난 2009년 WBC 대표팀 김현수(왼쪽)이 일본전에서 득점하자 이범호(가운데)와 정근우가 축하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한·중·일이 각축을 펼치는 AG 무대에서 야구가 사라질 가능성은 작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내 야구 종목이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홀수 해에 개최되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WBC도 2006년 초대 대회를 개최한 뒤 올림픽, 월드컵 등 전 세계 스포츠 축제가 열리지 않는 홀수 해에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해 2009년부터 4년 단위로 치르고 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WBC는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탓에 연기됐고, 2023년 봄에 재개한다.

코로나 변수 탓에 WBC와 AG가 같은 해에 열릴 가능성이 커져 대표팀 구성에도 촉각이 모인다. 프로가 참여하는 대회는 올림픽 예선 성격인 프리미어12와 젊은 프로선수들(24세 이하)의 기량을 들여다보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는 한일 정기전을 취임 공약으로 내걸었다. 병역 혜택을 빼고 보면, 프로 선수가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는 많다.

잠실야구장 찾은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아시안게임 류중일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5일 잠실구장을 찾아 KBO 허구연 총재, 염경엽 기술위원장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WBC와 AG가 같은 해에 열리면 일본처럼 대표팀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거를 포함한 최정예 대표팀으로 WBC를 치르고, 아시안게임은 대학생을 포함한 아마추어 위주로 꾸리는 식이다. 와일드카드 세 명을 24세, 입단 3년차 이하 1군 선수로 꾸려 젊은 대표팀을 AG에 세우면 아마추어 선수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KBO 기술위원회는 올해 AG 대표팀 선발 과정에도 아마추어 선수를 포함하기 위해 몇몇 선수의 트래킹 데이터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객관적 데이터가 쌓이면, 대학생과 초고교급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부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신 국가대표 전용 훈련장 등을 활용해 합숙훈련을 하면서 6개월 이상 대회 준비 기간을 주면 된다. 잠재적 KBO리거 가운데 우수한 선수가 AG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받으면, 구단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포토]허구연 KBO 총재, 구단 대표들과 나란히...
KBO 허구연 신임 총재(가운데)가 3월 29일 서울 강남구 KBO회관에서 진행된 총재 취임식에서 각 구단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아마추어 선수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고 병역 혜택으로 경력 단절 부담 없이 KBO리그에 도전한다는 인식이 쌓이면, 저변 확대는 따라온다. 아마추어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사회인야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격상하면, 한·일뿐만 아니라 한·일·대만, 혹은 한·미 정기전도 추진할 수 있다.

관건은 예산과 의지다. AG 대표팀을 KBO에서 위탁관리하는 형태가 된 것도 결국은 돈 때문이다. 10개구단이 대표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우리 선수도 아닌데 왜?’라고 따지면 답이 없다. AG가 대표팀의 병역 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구단의 이런 행태와 무관치 않다. 겉으로는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추어를 활성화해야 리그가 풍성해진다’고 외치지만, 이권이 걸리면 고개를 돌리는 게 KBO와 10개구단의 행태다.

KBO 염경엽 기술위원장은 “AG 대표팀은 방향성을 육성으로 잡았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대회”라고 강조했다. 이왕 투자하기로 했다면, 한국야구 전체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AG는 매년 열리는 것도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