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찾은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허구연 KBO 총재, 염경엽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기술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4.15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처음 그린 청사진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2023 월드베이스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연속성을 갖는 것이었다. 만 24세 이하·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이 모여서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이들 중 활약한 선수들이 최정예 대표팀에도 승선해 WBC 무대를 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헝클어졌다.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항저우 AG이 연기됐다. 중국 관영 CCTV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사무총장이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안게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기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이나 연기된 개막일 등은 추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오늘 집행위원회가 있었는데 아마 그런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곧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이미 AG 코칭스태프를 확정지었고 지난달 예비 엔트리도 발표했다. 오는 6월 최종 엔트리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G이 연기되면서 지금까시 세운 계획도 무산됐다. 연기돤 AG은 내년 개최가 유력하다.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AG을 비슷한 시기에 개최할 수는 없다. 사실상 올해 AG은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그동안 AG의 홀수년 개최를 희망해왔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AG이 월드컵 개최 주기와 겹쳐 이슈에서 멀어지는 만큼 1년 만 연기하면 굵직한 국제대회 없이 AG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마침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대회를 연기할 명분도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야구 대표팀 입장에서는 순서가 뒤바뀌고 말았다. 올해 9월 AG, 내년 3월 WBC로 계획을 세웠는데 이대로라면 WBC를 먼저하고 AG에 임할 확률이 높다. 2020 도쿄올림픽처럼 AG도 1년을 연기한다면 2023년 9월에 열리게 된다. AG 금메달을 응시하며 군복무 혜택을 바라본 선수들은 물론,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해 WBC 엔트리를 구성하려 했던 KBO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다. KBO는 류중일 감독은 AG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WBC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결정되지 않았다. AG에서 호성적을 거둘 경우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고스란히 WBC 대표팀에 승선할 수도 있었으나 평가 기준이 사라지고 말았다. KBO의 다음 스텝이 AG이 아닌 WBC로 급히 변경되고 말았다.

WBC는 보통의 국제대회와 달리 대표팀 구성의 벽이 높지 않다. 부모님 중 한 명만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지난 4번의 WBC에서 한국은 한국인을 고수했는데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애드먼, 텍사스 선발투수 데인 더닝 같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애드먼과 더닝 모두 한국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둘다 태극마크를 달고 WBC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KBO는 이들의 의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류현진, 김하성, 최지만 등에게도 대표팀 합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신속하게 WBC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확정짓고 선수 선발 방향도 확립할 필요가 없다. WBC는 야구 한 종목만 봤을 때 AG보다 가치가 큰 대회다. 선수 수준은 국제대회 중 최고다. 무엇보다 한국은 지난 2번의 WBC에서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연기된 AG의 개최시기가 결정되는 대로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KBO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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