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 논란과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음주 운전 전력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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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눈 딱 감고 사흘만 납작 엎드려있으면 지나갑니다.”

KBO리그에 20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 프런트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매일 경기가 열리고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KBO리그에서는 아무리 큰 사건 사고도 사흘이면 묻힌다는 얘기다. 미디어가 사건 사고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인 탓도 있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팬들도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설 자리를 잃은 강정호(35·키움) 복귀 파문 얘기다. 오죽하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조차 “땀흘리며 고생하는 히어로즈 선수들이 불쌍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2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2012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에 넥센 이장석대표가 고형욱 스카우트 팀장과 화면을 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키움은 지난 18일 강정호와 덜컥 계약을 맺은 뒤 언론을 통해 통보했다.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게 없어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임의해제 철회 승인을 했다. 1년 동안 유기실격 상태라 ‘최저연봉(3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한 것도 일종의 ‘쇼’다. 유기실격인 선수에게는 연봉 지급을 할 수 없다. 임의해제에서 벗어나려면 선수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연봉 계약서가 필요하다. 주지도 않을 연봉이니 최저연봉으로 기재만 했다는 뜻이다.

실격이 끝나는 내년에는 연봉 재계약 대상자라 이름값에 걸맞은 연봉을 지급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징계를 소화했으니,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구단의 기대심리만큼 연봉을 준 것이라고 설명하면 그 뿐이다. 실격 기간을 지났고, 선수 등록이 가능하니 강정호가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도 문제될 게 없다. 계산을 아주 잘한 꼼수다.

이번 파문을 ‘이장석의 귀환’으로 볼 만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구단 단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팀에 큰 리스크를 안길 게 뻔한데, 단장이 후배의 길을 터주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것은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KBO리그 전체로 볼 때 강정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구단주가 특별히 사랑한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히어로즈 창단 때부터 지켜본 인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선수로서의 미래가치보다는 향후 대주주의 야구놀이를 실현할 아바타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히어로즈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전임 감독들의 비토는 ‘이장석의 귀환’이 단순히 구단 경영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이다.

이장석
히어로즈의 가입금 문제와 트레이드 승인 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2009년 KBO 이사회에서 이장석 사장이 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스포츠서울 DB)

정·재계와 깊은 유대를 가진 한 원로는 “구단주 총회를 서면으로 하는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가 구단주인데, 5000만원짜리 페어퍼컴퍼니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게 자존심 상하지 않겠는가. 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KBO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어도 볼까 말까인데, 매년 지저분한 문제로 사고뭉치로 전락한 구단주를 누가 보고 싶어 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야구단 운영에 관심이 없다”며 시장 철수를 진지하게 고민 중인 일부 기업은 이른바 ‘이장석 리스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창피하다’는 것이다. KBO리그의 신뢰를 이보다 더 떨어뜨릴 수 있을까.

KBO는 이번 주 총회를 열고 허구연 총재 후보자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허 후보자의 첫 번째 공약은 “신뢰회복”이다. 팬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절실함에서다. 리그 질서를 앞장서서 무너뜨리는 키움의 눈 가리고 아웅식 ‘이장석 리스크’는 리그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간 “법적으로 다투면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퇴출을 망설였는데 그 결과는 매번 참담했다.

리그 질서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히어로즈 구단의 ‘KBO 회원 자격상실’을 추진해야 한다. 이쯤되면 퇴출 외에는 답이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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