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뉴스 보는 시민들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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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소통과 화합.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62·국민의힘) 당선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11일 이사회(사장회의)에서 추대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후보자에게도 가장 필요한 가치이자 덕목이다.

이번 대선 투표 결과에 적지 않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역대 최소 득표차(약 25만여 표)가 증명하듯 지역, 세대, 성별 간 분열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 두 후보 간 득표차보다 무효표가 많았다는 점(약 30만표)도 이번 대선이 ‘비호감 선거’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국민 화합과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셀 수밖에 없고, 거대 야당으로 기능을 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에도 재창단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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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2022년 제3차 이사회가 2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각 구단 대표들이 회의시작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 김동영 기자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풍랑에 빠진 한국 야구가 투영됐다. KBO 이사회는 이합집산의 집약체로 전락한지 오래고, 자신을 ‘커미셔너’로 불러달라던 총재는 허수아비 신세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탓에 너도나도 긴축경영을 외치면서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는 역대 최고액을 가볍게 경신하는 이중적 태도는 야구팬의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겼다. 툭하면 불거지는 음주, 폭행 등 사건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고, 선동열 김경문 등 국가대표 감독들은 불명예 퇴진 후 이렇다 할 명예회복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규약과 제도를 떡 주무르듯 바꾸면서도 고사 위기에 처한 학생야구 쪽은 방관하는 구단들의 행태 또한 ‘나만 잘되면 돼’라는 이기심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작게는 팬서비스부터 크게는 존경받는 야구인을 만드는 것까지 KBO리그를 이끄는 수장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생각보다 많다.

[보도사진] 올림픽 스포츠 콤플렉스 조감도
잠실 스포츠 콤플렉스 조감도.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소통과 화합은 ‘한국 야구’라는 작은 세계에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프로의 젖줄인 아마추어 야구가 뿌리를 튼튼하게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하고, 프로에 지명되지 않은 학생선수들의 진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독립야구 활성화, 실업야구 창단 등도 KBO 총재가 각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체육회 등과 공조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은퇴하는 프로선수들의 진로 역시 이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팬들의 신뢰 회복도 매우 중요하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쌓으려면 억겁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상 앞에 서서 개막선언이나 외쳐서는 거리감만 키울 뿐이다. 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프로야구선수협회와 머리를 맞대 ‘존경받는 야구인’을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권위만 앞세우고 무게만 잡는 총재는 군사정권 시절의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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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트레이닝캠프 장종훈 감독(오른쪽)이 유소년 선수의 타격훈련을 돕고 있다. 제공=KBO

구단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결단도 필요하다. 통합마케팅, 구장 사용료 철폐 등 실질적으로 구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단 간 이해관계가 달라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면, 총재가 정치력으로 풀어내야만 한다. 구단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는 단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감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 용기가 필요하다. 리더의 자리는 때로는 비정해야 한다.

이번에 선임되는 총재는 재임 기간이 2년으로 매우 짧다. 치적을 내세우는 것보다 일 할 환경을 만들어 두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매뉴얼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은 이른바 ‘이사회 의장’이 누구든 흔들림 없이 돌아간다. 지금 KBO에 필요한 것은 쇼업이 아닌 ‘일하는 총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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