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20대 대선 후보 벽보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벽보. 사진|서울신문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주 가량 앞둔 지난 21일 가수 임영웅의 소속사는 “임영웅은 금번 대선과 관련하여 어떠한 선거송도 일절 제공한 바가 없음을 명확히 알려 드린다”고 공식 팬카페에 공지해 화제가 됐다. 윤석열 후보 선거 운동 노래에 임영웅이 부른 고(故)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포함되자 이에 관한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각 정당이 선거 유세송을 사용하기 위해선 저작권자가 개사 등을 허락하는 ‘저작 인격권’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음원 사용으로 지불하는 ‘저작 재산권’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정당과 후보자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자를 홍보하기 위해 음악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에 따라 저작권자로부터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사용하려면 임영웅이나 故 김광석 측이 아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이 노래 저작권자인 김목경의 허락이 필요하다. 사용료는 대통령선거와 정당은 200만원이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며 선택한 선거 운동 노래는 후보마다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표곡으로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와 이찬원의 ‘찬또배기’를 선택했다. 그의 유세장에는 “이재명 파티. 나를 위해, 이재명! 위기에 강한 이재명!”(아모르파티 개사) “확실한 일꾼으로 소문났네. 기호 1번, 이재명은 진짜배기~”(찬또배기 개사)가 울려퍼진다. 개사 내용을 보면 이재명 후보의 추진력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년층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트로트 가수 영탁의 ‘찐이야’와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선정했다. “이제는 바꿀 때”라면서 “완전 찐인 후보”라고 ’적임자‘ 프레임을 각인시켰다. 윤수일의 ‘아파트’로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갈 데도 없고, 늘어가는 은행 대출 빚~해결 해결 윤석열”(아파트 개사)이라며 부동산 정책 해결사임을 부각시켰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무진의 ‘신호등’을 선택했다. 이는 거대 양당 후보들과의 차별성, 그리고 당의 상징색을 부각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가진다. 심 후보는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정의당 심상정은 노란색 기호 3번”(신호등 개사)으로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동영 정의당 선거대책본부 수석 대변인은 “신호등에서 노란불은 중요한 변화 포인트를 의미한다. 양당 사이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낸 곡이라 여겨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선거 노래를 아예 새로 만들었다. 그는 타 후보들과의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내세운 ‘도덕성’을 내용으로 담았다. “안철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수신이 잘 돼야 나라가 잘 살지!”로 시작하는 랩으로 흥을 돋운다.

선거 로고송은 시대별 트렌드를 따른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힙합 그룹 DJ DOC의 ‘DOC와 춤을’으로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YB)를 ‘오 필승 노무현’으로 개사해 응원 열기를 북돋웠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로 인기를 끌었으며, 박근혜 후보는 따라 부르기 쉬운 퓨전 트로트인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를 사용한 바 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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