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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이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SSG 이진영 타격코치가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29)을 불러 세웠다.

이 코치는 몸소 시범을 보이며 “뒷다리가 주저앉으면 배트도 처질 수밖에 없다. 캠프 시작 때에는 안그랬는데, 요즘 왼쪽 다리가 무너지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 코치의 시범을 본 크론은 이내 타격 자세를 교정하더니 엄청나게 강한 타구를 뿜어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86경기 만에 60홈런을 때려낸 크론은 은퇴를 선언한 제이미 로맥의 후임이다. ‘홈런 군단’ 이미지가 강한 SSG의 새로운 4번 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크론이 뿜어내는 타구는 비거리뿐만 아니라 타구 스피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팀 동료 최주환은 “예전에 삼성에서 뛰던 다린 러프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큰 기대를 받고 SSG에 랜딩했지만, 크론은 고민이 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에서 수많은 타격 조언을 받아 자기 것을 잃어버렸다. 일본 야구계 특유의 선민사상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크론의 야구관과 너무 달랐다. 크론은 “일본에서는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너는 틀렸어. (폼을) 바꾸지 않으면 안돼’라는 말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틀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불찰이지만, 자신을 의심한 게 패착”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타격 밸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코치에게 크론이 먼저 면담을 신청한 것이다. 그는 “SSG는 미국 문화와 조금 더 비슷한 것 같다. 코칭스태프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을 하면서 자신이 자기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을 때도 아닐 때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첫 스프링캠프는 나에 대한 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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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이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SSG 랜더스

SSG팬이 원하는 만큼 홈런을 때려내고 싶다는 크론은 “미국에서 야구할 때부터 장타자보다는 좋은 타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나만의 리듬과 타이밍으로 내가 정립한 스트라이크존을 놓치지 않는 것이 멀리 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SSG에서 이런 모습을 되찾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다. 개인 성적은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매 타석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꾸준함’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다.

롤 모델도 생겼다. 그는 “최정은 옆에서 ‘홈런왕’이라는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BO리그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인데, 캠프에서 본 최정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스타의식 같은 게 없다”며 “자기 야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흔들림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수많은 빅리거들보다 훨씬 멋있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라고 극찬했다.

KBO리그에 입성하기 전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로맥에게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는 크론은 “최정처럼 인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SSG 팬이 사랑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나와 팀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아마 내년에도 SSG와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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