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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개봉 예정인 ‘스펜서’의 한 장면.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예쁜 청춘스타에 불과했다. 2008년 ‘트와일라잇’의 벨라 역을 맡았을 때만 해도 말이다. 14년 후 이 청춘 스타는 유력 수상후보로 꼽히며 제9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31·미국)의 이야기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스튜어트가 생애 첫 지명됐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전직 수상자 니콜 키드먼(제7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올리비아 콜먼(제9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미국 10대들의 인기 증표인 ‘틴 초이스 어워드’ 여자배우상을 수상했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은 결과는 아니었다. 그는 이후 꾸준히 인디 영화의 문을 두드렸다.

2012년 개봉한 ‘온 더 로드’에서 스튜어트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온 더 로드’는 고뇌하며 두 남자가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영화다. 스튜어트는 이 영화에서 가렛 헤드룬드의 여자친구 메리 루로 등장, 첫 장면부터 침대에서 전라를 드러내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방탕한 생활을 연기했다. 당시 전세계 언론의 관심은 온통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파격 변신에 쏠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메리 루는 아주 복잡한 여인”이라며 “그녀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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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여우조연상 수상 장면.

그러던 그가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은 2014년 개봉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발렌틴 역을 맡으면서다. 스튜어트는 검은 뿔테 안경 쓴 털털한 착장의 매니저 발렌틴으로 분해 왕년의 톱스타에게 냉철한 조언을 해주며 극을 이끌었다. 연극과 삶의 모호한 경계를 그린 이 영화에서 스튜어트는 대배우 줄리엣 비노쉬를 상대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완벽한 호흡을 이뤄냈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의 단단하고 섬세한 연기에 대한 호평은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역대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 중 최고”(Vanity Fair)라는 평단의 극찬 속에 그는 제50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제 80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제40회 세자르영화제 여우조연상 등 내로라하는 영화제 트로피를 거머줬다. 특히 프랑스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첫 미국 배우가 됐다.

그 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연기 좀 하는 배우로 불리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도 탁월했다.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퍼스널 쇼퍼’의 주연을 맡아 영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에는 행복이(Happiest Season)’에서는 레즈비언으로 분해 동성연인과의 달달한 결혼을 꿈꾸는 ‘애비’ 역을 맡으며 캐릭터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고(故) 다이애나 스펜서의 불행했던 영국 결혼생활을 그린 영화 ‘스펜서’를 통해 연기력을 꽃피웠다. 미국 국적인 그가 영국식 귀족 악센트를 배우기 위해 발음 연습에만 꼬박 6개월을 투자했다. 결실은 고스란히 9일 기준 총 26개의 트로피와 2022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 노미네이트로 돌아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완벽하다”는 평을 남겼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명실상부 이 시대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내달 27일(현지시각)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을지 주목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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