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실링
월드시리즈를 3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커트 실링은 메이저리그 사상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투수로 평가받는다.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김병현과 한솥밥을 먹은 커트 실링(55)은 메이저리그에서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투수중 한 명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된 실링은 2001년 좌완 랜디 존슨과 함께 팀의 유일한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이끌었다. 존슨과 실링은 2001년 뉴욕 양키스를 꺾으면서 월드시리즈 공동 MVP를 수상했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 월드시리즈의 3차례 관문을 치르는 동안 실링의 활약은 존슨을 능가했다.

실링은 WS 3경기를 포함해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 총 48.1이닝을 투구하며 4승 평균자책점 1.12 삼진 56개를 빼앗았다.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돼 2004년과 2007년 2개의 WS 반지를 추가했다.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6차전에서는 발목 통증을 참고 핏빛투혼으로 역투해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보스턴은 실링의 활약 덕에 86년 동안 짓누른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실링은 야구기자단(BBWAA)의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2021년에는 71.1% 로 16표가 모자라 쓴맛을 봤다. 실링은 명예의 전당 측에 자신을 투표인단 명단에서 빼줄 것을 요구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올해가 명전 후보 자격 마지막인 10년째가 된다. 올해도 BBWAA의 75% 지지를 얻지 못하면 원로위원회의 구제를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링의 정규시즌 기록은 명전 입회 경계선으로 평가한다. 216승 146패 평균자책점 3.46, 삼진 3116개. MLB 20년 동안 양 리그에서 각각 한 차례씩 20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지만 사이영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만 3차례했다. 올스타게임에는 6차례 선정됐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당연히 쿠퍼스타운 감이다. ‘빅게임’ 실링으로 손색없다. 1993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부터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까지 포스트시즌 19경기 선발등판했다. 11승2패 2.23이다. 133.1이닝 투구에 삼진도 120개를 빼앗았다.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던 명전 회원 존 스몰츠는 27경기 선발 등판해 15승4패 2.67을 기록했다.

야구기자단(BBWAA)으로부터 실링이 외면받는 이유는 현 시대의 흐름과 무관치않다. 실링은 2007년 페이스북에 동성애자, 무슬림을 비난하는 글을 포스팅했다. 이후에도 SNS로 성소수자 및 무슬림을 폄하하고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016년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해설자 실링을 해고했다.

김병현-2005
2005년 2월 보스턴 레드삭스 스프링 트레이닝 포트마이어스에서 함께 훈련하는 김병현과 커트 실링. 사진=스포츠서울

올 명전 후보 자격을 갖춘 은퇴 선수는 총 30명이다. 이 가운데 자격 첫 해 후보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이비드 오티스, 마크 테세이라 등 13명이다. 올해가 마지막 자격자는 실링을 포함해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새미 소사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약물과 관련없는 후보는 실링이 유일하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더리 가운데 삼진 3000개 이상을 작성하고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 투수는 실링과 약물의 클레멘스 2명 뿐이다. 저스틴 벌랜더(3013), 맥스 셔저(3020)은 현역이고, CC 사바시아(3093)는 은퇴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았다.

올해 자격 마지막 해에 야구기자단이 실링을 받아 들일지 궁금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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