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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화의 타격 모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자’ 정도로 압축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지론 이기도 한데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커버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확실한 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시즌 내 입에 달고 살았다.
수베로 감독의 지론을 입증한 선수가 있다. 2021 KBO리그 골든글러브 2루수부문 수상자 정은원(22)이 그 주인공이다. 정은원은 시즌 139경기에서 볼넷만 105개를 얻어냈다. 시즌 타율이 0.283인데 출루율은 0.407로 이른바 ‘눈야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구안이 향상되니 자신의 한 시즌 최다안타(148개)개 8안타가 부족했지만 데뷔 후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팀 타율(0.237) 출루율(0.334)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정은원의 눈야구는 더욱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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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이 빅데이터 업체인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에 의뢰해 정은원의 눈야구를 들여다봤더니 수베로 감독의 지론을 완벽히 실행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트라이크로 날아드는 공 가운데 안타 확률이 높은 코스를 집중 공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계영상 기반 AI분석 프로그램인 시너지로 확인해보니 지난해 138경기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든 공은 1248개였다. 이중 볼 판정을 받은 29개를 제외한 1219개 가운데 607차례 배트를 내밀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드는 공 두 개당 한 번꼴로 배트를 내밀어 0.342의 타율을 만들어냈다. 홈런 다섯 개를 포함해 125안타를 뽑아냈다. 2020년에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드는 공에 타율 0.276에 그쳤는데, 볼 인플레이 확률이 줄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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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게 41%, 볼 인플레이 30%였던 비율이 지난해 49%와 26%로 낮아졌다. 공을 지켜보는 빈도는 높아졌는데 타율이 크게 향상된 점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볼이 날아들더라도 원하는 코스가 아니면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자기만의 히팅존이 정립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히팅존 정립은 타구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2020년 50%였던 땅볼 비율이 40%로 줄었고 30개(16%)에 그쳤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111개(34%)로 수직 상승했다. 인플레이 타구의 38%가 안타로 연결됐다는 점도 놀라운 수치다.
한화 레전드이자 원조 ‘출루머신’(통산 출루율 0.421)인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선구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타를 만들 수 있는 공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공은 비록 삼진 아웃을 당하더라도 배트를 내밀지 않는 것이 낫다. (안타 확률이 낮은) 공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비슷한 공에 따라다니게 되고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다. 투수가 잘 제구된 공을 던지는 것보다 실투 확률이 높고, 심판 성향에 따라 볼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만 놓치지 않아도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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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볼을 골라내는데 집중하기 시작하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다. 참는 게 습관이 되면 볼이 한가운데로 날아들어도 배트를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만의 히팅 존을 정립해두고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게 선구안 향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정은원의 100볼넷이 한화뿐만 아니라 각 팀 젊은 타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예상외로 굵직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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