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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의 국기를 흔들며 법적 대응을 위해 노박 조코비치가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그를 열렬히 성원하는 여성 팬. 멜버른(호주)|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팬더믹 이후 백신 접종 여부가 온 세계 여기저기서 갈등국면을 만들고 있다.

사회의 축소판인 스포츠계라고 다르지 않다. 세르비아의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4)는 백신 미접종으로 호주 정부로부터 비자가 거부돼 출전은 물건너갔고 추방 위기까지 몰려 있다.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는 애초 1월17일부터 벌어지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에 출전하면서 ‘백신 접종 면제’허가를 받았다. 그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였고, 회복돼 면제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백신 미접종으로 비자를 거부했다.

비자 거부는 양국 정상으로까지 번져 원칙론과 부당한 대우로 맞섰다. 조코비치 아버지는 세르비아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호주 정부의 비자 거부를 비난하며 동유럽 출신 아들에 대한 차별론을 부각하기도 했다. 호주 국민들은 조코비치의 태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의 말처럼 “백신을 접종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일”이었다. 호주오픈 입장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불참하는 상황에서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코비치의 출전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호주오픈 9회 우승 및 3연패는 물론이고 로저 페더러, 나달과 함께 그랜드슬램 타이틀 최다 20승 타이를 이루고 있다. 호주오픈에서 페더러와 나달을 제치고 21승으로 금자탑을 세울 수 있는 호기였다. 스스로 백신 미접종으로 굴러온 복을 발로 차버린 격이다.

백신 미접종으로 ‘배드 가이’가 된 미국의 슈퍼스타도 2명 있다. 미국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NFL 그린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38)와 NBA 브루클린 네츠 포인트가드 카이리 어빙(29)이다. 둘은 모두 팀을 슈퍼볼, NBA 챔피언으로 이끈 스타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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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그린베이 패커스를 NFC 북부지구 우승으로 이끈 쿼터백 애런 로저스. AFP연합뉴스

로저스는 2021시즌 개막되기 전 트레이드 요구로 스포츠 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개막전은 참패했지만 낭중지추의 실력은 여전했다. 올 시즌 NFL 최고 성적(13승3패)을 이끌며 통산 4번째 MVP 수상이 유력하다.

그러나 최근 시카고 베어스를 담당하는 헙 아커시 기자와 AP 통신 MVP 투표를 놓고 험한 말을 주고 받았다. 아커시는 로저스를 ‘얼간이(jerk)’와 ‘배드 가이’로 비난하며 MVP 자격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로저스는 아커시 기자를 ‘부랑자(bum)’라고 맞대응했다.

아커시는 백신 접종도 하지 않으며 NFL의 방역 지침을 어긴 로저스를 두고 “배드 가이가 동시에 MVP를 받을 수는 없다”고 팟캐스트에서 꼬집었다. 로저스는 11월에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한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당시 백신 미접종이 확인됐다. 로저스는 개막 전 의사로부터 “면역이 됐다(immunized)는 확인을 받았다”고 둘러댔다. 팬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의 후폭풍이 따랐다.

요즘은 그가 패커스를 지구 우승에 올려 놓아 잠잠해진 상태다. 하지만 아커스 기자의 지적처럼 백신 접종 거짓말은 앞으로 로저스에게는 꼬리표로 따라다닐 전망이다. 그동안 로저스의 이미지는 매우 좋았다.

브루클린 네츠 카이리 어빙은 연봉 삭감을 감수하면서 백신 미접종을 고수하고 있다. NBA는 선수들의 백신 접종이 의무화는 아니다. 그러나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백신 미접종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브루클린은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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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서 첫 출장한 브루클린 네츠 카이리 어빙이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인디애나주)|USA TODAY Sports연합뉴스

구단은 어빙이 백신 미접종으로 버티자 홈뿐 아니라 원정경기도 출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구단이 방침을 바꿔 파트타임 선수로 분류해 6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 첫 출장시켰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증가되면서 선수 부족으로 경기 소화가 어려워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시즌 전 네츠는 케빈 드란트-제임스 하든-카이리 어빙 트로이카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어빙의 백신 미접종으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설령 앞으로 원정경기에 출전해도 플레이오프에서 홈경기 결장은 100%의 전력이 되질 않는다. 어빙의 올 시즌 연봉은 3491만 달러(420억 원)다. 현재까지 손해본 연봉이 대략 1532만 달러(184억원)나 된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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