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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옷소매’를 통해 강훈이란 배우가 발견됐다.

포근하고 강아지 같은 선한 얼굴에 이런 빌런의 모습이 숨어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다는 평가다. 배우 강훈이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를 통해 새 얼굴을 보여줬다. ‘옷소매’는 왕세손 이산(이준호 분)과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다. 최종회가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M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강훈은 극중 이산의 총애를 독차지 하고 싶어한 홍덕로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얻으며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도 수상했다. 좋은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는 강훈은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그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댓글도 많이 달아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인기를 조금 실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홍덕로라는 캐릭터는 미웠으나 저라는 배우를 발견해서 참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얼굴 칭찬보다 연기칭찬을 들으니 기뻤다”고 덧붙였다.

강훈은 극 중 잘생긴 얼굴과 부드러운 눈웃음으로 궁녀들을 홀리는 겸사서 홍덕로를 연기했다. 이산의 총애를 독차지 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도승지로 신분 상승 후 숨겨왔던 야욕을 폭발시키며 빌런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캐스팅 이유에 대해 강훈은 “오디션 볼 때 선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오디션 때 감독님께서 ‘착하게 생겼는데 눈빛이 서늘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캐스팅된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강훈은 조선 최고의 미남자(美男子) 캐릭터를 위해 체중도 6㎏ 감량했다. 강훈은 “저는 미남은 아니지만(웃음), 조선시대에는 저 같은 얼굴이 미남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살을 빼면 미남에 조금은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제 미소에 나인들이 좋아하고 쓰러져야 하는 설정 때문에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미소 짓는 법을 계속 연습했다. 어떤 웃음이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까 계속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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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단편영화 ‘고리’로 데뷔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신입사관 구해령’, ‘어서와’, ‘너는 나의 봄’에 출연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오랜만에 사극을 찍게 된 강훈은 “‘신입사관 구해령’ 땐 짧은 시간 내에 저를 보여줘야 했고, 가상의 인물이어서 만들어가는 캐릭터였다면 홍덕로 역사적 실존인물이고 분량도 많아져서 고민이 많았다”며 “과거에 홍덕로를 연기하신 선배님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도 계속 고민했다. 역사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재창조해야 하는 인물이라 어려웠다”고 고충도 밝혔다.

극중 홍덕로는 이산을 두고 덕임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홍섭녀(홍덕로 서브녀)’라는 별명도 얻었다. 선한 얼굴 아래 차가운 내면을 감추고 있다가 끝내 폭주하는 그의 반전 연기는 앞으로 보여줄 강훈의 연기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강훈은 “감독님께서 덕로가 산을 향한 마음이 ‘충’에서 ‘애’로 바뀐다고 말씀하셨다. 산에 대한 덕로의 마음이 모든게 진심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며 “‘홍섭녀’란 별명은 촬영장에서 처음 들었는데 작품을 통해 별명을 얻은게 처음이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대중에게 낯선 얼굴이지만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지 12년이 됐다. 2020년 KBS2 ‘어서와’ 이후로 tvN ‘너는 나의 봄’ 촬영 전까지 1년 반의 공백기를 겪으며 불안감과 조급함도 찾아왔다. 강훈은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엄청나게 좌절했다. 그렇지만 언젠가 기회는 올거라 생각했던 거 같다. 안 좋은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 너무나 애썼다”고 회상했다.

대중들이 강훈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아직 보여줄 게 너무나도 많다는 강훈이다. “항상 연기에 대해 목말라 있었고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살아있다고 느낀다. 집에 있을 때는 머리가 막 아픈데 현장에 가면 싹 낫고 행복하다. 너무나도 이 일을 하는거에 있어서 재미있고 즐거워하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 늘 최선을 다하고 진심인 사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끝으로 ‘야망가’ 홍덕로를 연기한 강훈의 야망도 궁금해졌다. 강훈은 “연기를 쉬는 순간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쉬지 않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며 “한 번에 확 스타가 되고 싶지 않다. 천천히 산을 오르듯이 정상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앤피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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