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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자영기자]
‘이마트표 전문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마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푸드마켓 ‘PK마켓’이 5년만에 폐점한다. 이마트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문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PK마켓 하남점과 고양점의 영업을 이달말 종료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2016년 9월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을 첫 선을 보인 이후 스타필드시티 위례와 스타필드 고양에 추가 매장을 냈다. 그러나 최근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자 올해 3월 위례점의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나머지 2개 매장도 모두 문을 닫기로 했다.
PK마켓은 오픈 당시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점으로 주목받았다. 전체 매장면적의 40%를 트렌디한 글로벌 즉석 델리 코너로 구성하고 PK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주류, 수입 가공식품 매장 등을 선보여 차별화했다. 당시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프리미엄 슈퍼마켓의 장점에 친밀함을 내세운 재래시장의 장점을 결합해 체험형 슈퍼마켓으로 재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되는 등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좀처럼 실적이 개선되지 않자 이마트의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9년부터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전문점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PK마켓 영업 종료도 사업 구조 개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현재 PK마켓을 비롯해 일렉트로마트, 몰리스 펫샵, 토이킹덤, 스톤브릭, 노브랜드, SSG푸드마켓, 베이비써클 등 8개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전문점 대부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출범전부터 SNS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며 공을 들인 곳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잡화전문점인 삐에로쇼핑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부츠 등은 이미 사업을 접었다. 이달에는 PK마켓과 함께 스톤브릭도 문을 닫는다.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홍보하며 초반 화제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실적 반등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마트는 강희석 대표가 2019년 취임하면서부터 전문점 사업에 대한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성이 높은 전문점은 확대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전문점은 과감히 영업을 종료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에 이마트의 전문점 사업은 2019년 866억원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346억원 적자, 올해는 3분기까지 78억원 적자로 영업손실폭을 줄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직접 공들인 전문점들이 잇따라 폐점 절차를 밟으면서 전문점 사업에 대한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또 다시 물음표가 붙게 됐다. 일렉트로마트 역시 위례점, 부천점, 김포점 등 3개 매장이 최근 동시에 문을 닫으며 올해만 4개점이 폐점했다. 일렉트로마트는 ‘정용진표 남성 놀이터’로 불리며 정 부회장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새로운 형태의 가전 전문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새롭고, 신선한 기획과 추진 능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오프라인 전문점들이 점차 외면받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전문점 사업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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