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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삼성은 올해 신연봉제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 허삼영 감독조차 “구단이 획기적인 연봉 체계를 도입해 선수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이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사례라 눈길을 끈다.

[포토] 허삼영 감독 \'잘했어\'
삼성 허삼영 감독이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박해민이 홈런을 날린 후 들어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삼성이 야심차게 도입한 신연봉제는 쉽게 말해 ‘옵션 따먹기’다. 선수에게 몇 가지 선택지를 주고 개인과 팀 옵션을 충족하면 연봉의 배가 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단도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만큼 적용 대상과 방법을 세분화해 연봉의 일정 비율을 반납하는 조건을 걸었다. 가령 연봉 10억원에 계약을 맺은 선수는 구단이 제시한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중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은 계약한 연봉만 수령하는 것이고, 목표형은 10%, 도전형은 20%를 반납하고, 옵션 달성 여부에 따라 반납한 연봉의 몇 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도전형을 선택한 선수는 보장액 8억원에서 출발해 정규시즌 48경기가 끝난 시점의 개인과 팀 옵션 충족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허 감독이 밝힌 것처럼 ‘확실한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이다. 뉴타입 인센티브를 선택한 선수들은 최근 3시즌 개인성적의 평균을 기준으로 조건을 걸었다. 가령 세 시즌 동안 평균 150안타를 때려냈다면, 올해도 150안타를 채우면 기본은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목표형을 선택했다면 기본값 도달부터 인센티브 액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조일 수도 있다. 160안타와 180안타의 금액 차가 1억원 가량 된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1개의 안타를 더 치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된다.

[포토]삼성 구자욱, 이쪽으로 들어가요?
삼성 구자욱이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들이 지치지 않도록 48경기마다 한 번씩 정산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쿼터별 세부 조건을 두고, 팀과 개인의 목표를 모두 도달하면 100%를 받는 식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시즌 초반 부진하더라도 여름레이스 이후 혹은 가을 순위싸움에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구도다. 팀 성적에 따른 보상도 포함돼 있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각 팀은 재계약 대상자들과 연봉협상 중이다. FA시장은 과열조짐이고, 외국인 선수 수급도 마냥 순조롭지는 않다. 외부 수혈은 내부 전력이 어느정도 갖춰졌을 때 효과가 나는 만큼 외부 수혈보다 내부 다지기가 더 큰 과제다. 만년 하위팀이든 포스트시즌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이든, 소속 선수들의 팀 충성도가 높아져야 팀 성적이 상승하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 프로 세계에서 금전적 보상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다. 때문에 삼성의 신연봉제는 신개념 매리트 제도로 인식될 만큼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오승환
삼성 오승환이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삼성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KT 유한준을 병살로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강민호를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리빌딩과 육성 바람이 거세다고는 하나 팀 성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 구단이 외부수혈에 과열 경쟁을 하는 것보다 있는 자원의 효과적인 운용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삼성의 신연봉제는 그래서 참고할 만하다. 선수 다년계약과 2024년부터 시행되는 셀러리캡 등을 고려하면, 다양한 형태의 연봉 체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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