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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잠잠해 보이지만 각 팀은 이미 다음시즌 계산에 돌입했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도 중요한 변수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신경쓰는 쪽은 외국인선수 수급이다. 특히 수준급 외국인 타자가 눈에 띄지 않아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KBO리그는 수년간 외국인 선수에 의존했다. 외인들의 성적이 팀 성적과 직결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오버페이 논란도 있었고, 편법으로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구단도 있어 연봉 상한제와 2년차 이후 다년계약 허용 등으로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포토] 미란다 \'KT 오늘은 쉽지 않아\'
두산 선발투수 미란다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 1회 투구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KT 덕아웃을 향해 무언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열악한 아마추어 환경과 리그 질적 향상을 위해 도입한 외국인 선수제도는 다양한 볼거리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 다만 수급이 원활할 때, 양질의 선수가 KBO리그에 입성했을 때 얘기다. 올해는 삼성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구관이 명관’인 시즌이었다. 피렐라는 3할 타율에는 실패(0.286)했지만 29홈런 97타점으로 새 외국인 타자 가운데에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홈런 3위에 오른 애런 알테어(NC), 최다안타 6위를 차지한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등 강팀에서 뛴 외국인타자들만 몸값을 했다.

마운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2관왕을 차지한 아리엘 미란다(두산)를 제외하고는 신입 외국인 선수 효과를 본 팀이 없다. 수억들여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하는 국내 선수보다 못하거나 비슷한 성적을 내서는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시즌 10개구단 외국인 선수 농사는 실패로 비친다. 각팀이 지난여름부터 외국인 선수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시즌 종료와 동시에 협상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토] 피렐라 \'득점 기회 만들었어\'
삼성 피렐라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우중간 2루타를 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수급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자는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확산 탓에 실전감각이 크게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는 마이너리그도 정상적으로 치러졌지만, 지난해 강제 휴업 탓에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1년 반짝 활약으로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게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도 코로나 확산 탓에 선수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어, 일본, 대만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설상가상 올해는 메이저리그 노사협정(CBA)이 난항이라 직장폐쇄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 KBO리그 순으로 외국인 선수 시장의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기존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는 팀은 이래저래 외국인 선수를 계산에서 내려놓고 시즌 구상을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공문
대한체육회가 지난 19일 가맹 경기단체들에 보낸 공문

한편으로는 각팀이 유행처럼 부르짖던 육성 기조를 더 과감하게 단행할 기회로 볼 수도 있다. 한화처럼 2군 선수들로 1군 경기를 하는 과감함이 다른 팀으로 번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아니면 삼성처럼 선수들의 확실한 동기부여인 ‘연봉 플러스 옵션’으로 전투력을 끌어내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어쨌든 KBO리그는 국내 선수들이 끌고 가야하고, 꾸준히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야 건강한 리그로 치를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수급에 기울이는 노력을 아마추어 육성으로 돌리면 어떨까. 정부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내년부터 결석 허용일수를 중학생 10일, 고등학생 20일로 대폭 줄이는 등 엘리트 스포츠 현실을 외면한 안을 마련했다. 훈련 시간은 고사하고 경기할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의미다. 아마추어 선수 육성은 아카데미를 비롯한 사교육으로 빠르게 넘어간 지 오래다. 학부모 부담은 가중되고 선수 기량은 떨어질 게 자명한데, 프로구단이 외국인 선수 수급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KBO리그의 공멸은 시간문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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