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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혹은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그저 ‘앙앙’ 우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하던 작고 연약한 생명은 주변인들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온전히 한 몫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런 점에서 JTBC‘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참으로 엄청난 일을 해내는 이들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배우 조윤희, 김현숙, 채림, 방송인 김나영의 이야기는 방송 시작 전에는 이혼 후 근황에 더 초점이 맞춰졌을지 모르나 회차를 거듭할 수록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공감과 행복, 연민과 응원이라는 보편적인 공감 코드로 채워졌다.

회차가 거듭되며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파파 배우 정찬, ADHD 진단을 받은 아들과 씨름하는 가수 이지현 등이 방송에 등장해 아빠와 엄마로 사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공감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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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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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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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하지만 지난 17일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반응은 다소 결이 달랐다. 이날 방송에서는 작곡가 겸 가수 박선주가 나와 제주도에서 자발적 솔로육아를 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그 또한 남편 강레오 셰프와 떨어져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점은 같다. 다만 기존 출연자들과 달리 이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교육을 위해 국제학교에 올인한 기러기 엄마에 가깝다는게 차이라면 차이였다.

분명 솔로육아를 보여준다며 방송을 내보냈는데, 방송이 끝난 뒤 “제주국제학교 광고를 본 듯하다” “학비 4000만원 쓰는 학부형 보며 위화감만”이라는 반응이 쏟아진 걸 보면 그다지 ‘공감’의 코드를 누르진 못한 듯 하다.

이날 방송에서 박선주의 딸은 전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교 수업에서 오감을 설명하는 토론수업을 하고, 로봇코딩으로 친구들과 로봇달리기 대결을 펼쳤다. 3교시는 학교 안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카약 수업을 받을 예정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미국드라마 속 유명 사립학교를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면적 3만평 부지에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학교에서 아이들은 학교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피자를 만들고, 많아야 4~5명의 유닛수업에 참여해 선생님과 눈과 눈을 마주치며 최고의 교육을 받는다. 물론 학비는 비쌌다.

박선주는 “제주도에 국제학교가 4개 정도 있는데 1년 학비가 2000만~4000만원 정도한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국내 유명 사립대 1년 등록금 보다 3~5배가 많은 금액이고, 미국 하버드대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그야말로 부유층들의 자녀교육 플렉스 결정판이라할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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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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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 사진출처|JTBC

큰 틀에서 ‘내가 키운다’라는 방송에 못 담을 이야기는 아니었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던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제주국제학교 속 아이의 일상을 저렇게 까지 자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수 밖에 없었다.

방송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낯설음도 생각의 확장을 가져오고 공감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그저 남의 집 돈자랑을 한참동안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내가 키운다’는 2%대의 낮은 시청률에 비해 꾸준히 화제성을 가져가고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 참으로 위대하고 가치있는 일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한 제작진들의 보다 섬세한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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