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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NC와 두산은 올시즌 139경기만 하라고 지시하시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야기한 구단 대표이사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한 제안이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열린 긴급 이사회(사장회의)에서 각 구단 사장간 갑론을박 도중 “선수단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무조건 밀접촉자로 규정해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훈련도 못하고 있어 경기를 계속할 수 없다”며 1군 엔트리의 68%가 격리조치 된 NC와 두산의 경기 수를 줄여도 할 말 없다고 밝혔다. 선수관리 소홀로 KBO리그 일정과 다른 구단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는 하나, 사태를 일으킨 구단 수장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포토] KBO 정지택 총재, SSG 랜더스의 창단을 축하합니다!
정지택 KBO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SSG의 구단 창단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있다. (스포츠서울DB)

이 발언 직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 총재는 “시즌 중단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안은 반대”라고 개인 의견을 밝히며 “감독이나 선수를 교체하고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옳은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코로나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도 감독과 코치, 선수 다수를 2군으로 치러야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정 총재의 생각이었다. 여기에 숨겨진 내막이 하나 더 있다. 전날 열린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9개구단 단장이 ‘시즌 중단’에 찬성을 했으니, 이사회에서도 시즌 중단만 논의하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장과 단장의 생각이 완전히 다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정 총재가 ‘시즌 정상 진행 논의는 드롭’한 배경이라는 의미다.

재미있는 건 KBO 실무진에서는 시즌을 중단할 경우 11월까지 종료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정 총재는 해당 실무진에 재차 확인까지 하며 “실무진에서는 30경기를 취소할 경우, 후반기 우천 취소 평균 경기 수 등을 고려하면 11월까지 포스트시즌을 못끝낼 수도 있다고 한다. 시즌을 중단하려면 포스트시즌 일정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구단이 포스트시즌 일정을 단축하더라도 ‘144경기 체제는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포스트시즌 일정 축소가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어쨌든 정 총재는 리그를 중단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갖고 이사회에 참석했다.

[포토]청백전 후 바로 이루어지는 코로나19 방역 작업
고척스카이돔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시즌 개막전에 세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일부 구단의 주장은 찬성쪽 사장에게 발언권을 넘기거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공정과 투명성 담보는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시즌 전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작성할 때 ‘대체 선수를 편성해 경기를 치른다’는 원칙을 세워뒀는데, 정작 이럴 위기에 처하자 ‘리그 운영의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니 상식적으로 (중단하는 게 맞다)’고 강조하는 건 커미셔너의 자세는 아니다.

구단이 ‘리그를 중단하자’고 의견을 내면, 총재가 끊임없이 반대 논리를 펼쳐 리그 정상 진행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KBO 총재는 리그 전체의 발전을 관장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팬과 신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부 구단이 ‘특정구단 편애로 비친다’ ‘공정성,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팬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해도 사실상 묵살에 가까운 진행을 했다.

어쨌든 시즌은 중단됐고, 이에 따라 피해를 본 KBO 파트너들은 생겼다. 리그는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KBO리그에 크고작은 손실을 야기한 것만으로도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BO리그가 입은 무형의 손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겠지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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