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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리그 중단을 둘러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항변이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리그 전체 이익이 아닌 KBO 정지택 총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해명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다.

KBO는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둔 14일 오전 또 한 번의 반박문을 냈다. 지난 12일부터 일부 언론사가 공개한 7월 긴급 이사회(사장회의) 녹취록 공개에 따른 반박인데, 지상파 뉴스는 제외하고 온라인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혔다. 보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공개된 녹취록 발췌본에는 총재가 적극적으로 리그 중단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있다. 그러나 KBO는 총재가 표결에 참여하지는 않았고, KBO 이사들이 박수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이사회를 종료한 점 등에 기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가을야구 찾은\' 황희 문체부 장관[포토]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이 11월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를 찾아 정지택KBO총재, 전풍 두산 대표이사(왼쪽부터)와 함께 관람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KBO로부터 이사회 녹취록을 넘겨받아 일주일 이상 들여다보고 있다. 내부 검토는 거의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KBO가 문체부에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주관 부처라는 이유 때문이다. 프로스포츠를 관장하는 정부부처에 녹취록을 보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의도다. KBO 총재 인준이나 정관 및 규약 등의 적법성 여부를 문체부가 관장하고는 있지만, 리그 운영에 관한 사안까지 문체부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이를테면 현장과 팬의 비난을 받는 2연전 체제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 144경기 강행 여부 등에 문체부가 의견을 보태면, 이사회가 쉽게 수긍할지 의문이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KBO리그 중단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한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정관과 규약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느냐에 대한 판단이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 리그 중단으로 파생되는 파문은 KBO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여기에 KBO가 원하는 답이 들어있다.

[포토] 정지택 KBO 신임 총재 취임
KBO 정지택 총재와 이사회.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BO는 리그 중단 논란이 불거진 뒤 지속적으로 “코로나 대응 매뉴얼과 리그 규칙 등 정상적인 절차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 대응 매뉴얼에 있는 ‘엔트리 등록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 결정’ 항목과 리그규칙 8조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정 등으로 중지하면 안될 경우 총재는 경기 중지를 명할 수 있다’는 항목을 적용해 적법하게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문체부가 정관이나 규칙 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면, KBO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특정 구단의 유불리는 결과론이니 다툼의 여지는 있으나 KBO 책임은 아니’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근거가 마련된다. 법을 어긴 사실이 없으니 비판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KBO가 이례적으로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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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카이돔.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과연 그럴까. 정관과 규칙은 완벽할 수 없다. 정관과 리그규칙과 규약 등이 누더기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KBO는 표면적으로 억울함을 벗겠지만, 야구팬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힘이 있는 구단이 리그를 평정한다’는 뒷담화는 십 수년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콘클라베를 연상케하는 이사회 풍토와 구단 이기주의 앞에 입과 귀를 닫는 KBO의 입지 등은 이번 사태를 통해 팩트라는 것이 드러났다.

프로야구는 서비스 산업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고객이 팬이라는 의미다. 정관과 규칙에 의거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리그를 중단했지만, 법 위에 마땅히 있어야 할 도덕적 관념을 무시했다는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팬의 눈높이를 충족할만큼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 전체 녹취록을 공개하고, 주요의사 결정 과정을 팬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팬의 중요성은 충분히 증명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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