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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올스톱이다.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프런트의 시간’이 멈춰섰다. 창단 후 최초로 사장과 단장, 1군 감독이 동시에 경질된 사례는 없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기업 경영 논리로 봐도 수뇌부의 동반 사퇴를 대책없이 재가하지는 않는다. 그룹 차원의 즉각적인 인사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맷 윌리엄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전감독(오른쪽)과 조계현 전단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팬들의 관심은 온통 차기 감독에 쏠린다. 어쨌든 팬과 직접 호흡하는 곳은 현장이다. 누가 됐든 독이든 성배를 기꺼이 집어들 인물은 많다. 중도경질되더라도 프로야구 감독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인 야구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런트의 시간’이 중요하다. 정규시즌 종료 후부터 다음시즌 개막까지 전력을 구성하고, 전략을 짜고, 팀 방향성을 수립하는 것은 구단의 몫이어야 한다. 타이거즈는 창단 후 한 번도 구단의 방향성으로 선수단을 운영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시도한 외국인 감독 체제도 구단의 방향성 실현을 위한 포석이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타이거즈의 신임 대표이사는 노무관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노무지원사업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내며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룹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인사로 비친다. 어떤 조직이든 목표를 향해 순항할 때는 도드라지지 않지만, 좌초하면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게 파벌이다. 각자 원하는 이상향을 현실화하기 위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보다 높은 곳을 차지하려는 싸움은 어느 조직에나 있다. 각자의 신념에 따라 ‘조직을 위한 것’이라고 외치지만, 이 싸움이 진짜 조직을 위한 것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직을 위한 싸움이었다면, 소위 탕평으로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파벌 싸움의 패자는 철저히 고립되는 게 조직 문화다.

[포토]선수단의 훈련 바라보는 KIA 조계현 단장과 이화원 대표
KIA 조계현 전단장(왼쪽)과 이화원 전대표.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노무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내정했다면, 타이거즈의 오랜 악습인 파벌 혁파가 선행돼야 한다. 조직내 건설적인 비판 목소리는 경청해야 하지만,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현혹되면 출발부터 풍랑속 항해가 된다. 야구단 구조는 대부분 세 곳에서 모인 사람들의 집합체다. 타이거즈는 해태출신과 그룹출신, KIA 타이거즈 출신 등으로 나뉜다. 출신 성분에 따라 붕당이 형성되고, 구단이 위기를 맞으면 파벌로 확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비단 타이거즈뿐만 아니라 대부분 구단이 그렇다. 이런 인적 구성을 조화롭게 만들고, 구단이 나아갈 방향에 집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양현종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 순간, 환호하고 있는 양현종.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준영 신임 대표이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태생적 문제로 불가피하게 쌓인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일 것이다. 컨트롤타워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노무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그룹의 의중도 이와 무관치 않았으면 한다. ‘전통의 명문구단’ ‘전국구 인기구단’이라는 빛나는 유물은 프런트와 현장이 원 팀이 됐을 때 계승할 수 있다. 명문 타이거즈의 환골탈태를 바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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