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석김서현
덕수고 2학년 심준석(왼쪽)과 서울고 2학년 김서현.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례적인 탱킹(고의패배) 이슈 중심에는 덕수고 2학년 우투수 심준석(17)이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심준석은 뛰어나다. 체격조건(신장 193㎝·몸무게 98㎏)부터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까지 21세기 최고 유망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2023 전면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호명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탱킹 얘기까지 나온다. 각각 10위와 9위에 자리한 한화와 KIA가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으로 심준석을 얻기 위해 고의로 경기를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근 “많이 져서 내년에 심준석을 지명하라는 SNS 메시지가 많이 온다. 팬들에게 말하고 싶다. 고의로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괜히 메시지를 보내면서 괜히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탱킹은 없음을 선언했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윌리엄스 감독은 “팬들은 당연히 탱킹과 관련한 얘기를 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선수, 코치, 감독, 프런트는 입장이 다르다. 현장은 미래를 보고 어떤 것을 미리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사치 공간이 없다. 우리에게는 항상 오늘이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힘줘 말했다.

그런데 이듬해 드래프트에는 심준석만 나오는 게 아니다. 심준석 만큼이나 빠른 공을 던지는 서울고 2학년 우투수 김서현(17)도 있다. 자양중 시절부터 145㎞ 이상을 던진 김서현 또한 심준석처럼 이미 150㎞를 돌파했다. 4년 전 키움 고형욱 단장은 중학생이었던 김서현에 대해 “그동안 많은 중학생을 봤지만 김서현 같은 중학생은 처음 본다. 구속도 놀라운데 공을 때리는 모습부터 남다르다.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고 전한 바 있다.

당장 2023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심준석과 김서현이 1위를 다툴 확률이 높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심준석은 2022 드래프트에 나왔어도 1위를 놓고 경쟁했을 것”이라며 “현재 기량과 앞으로 가능성 모두에 있어 최고인 선수”라고 칭찬했다.

수도권 B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심준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끝이 어디인지 판단할 수 없는 선수”라며 “체격조건과 구위가 좋은 것 외에 벌써 디셉션, 커맨드, 익스텐션이 자리잡히는 게 보인다. 외국인선수를 넘어 1선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느 팀에 가든 우리나라 야구를 이끌 선수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김서현의 잠재력 또한 만만치 않다. A구단 팀장은 “아직은 너무 이르지만 심준석과 김서현이 드래프트 1, 2순위로 지명될 수 있다고 본다”며 “내가 본 김서현의 최고 구속은 152㎞였다. 다른 스카우트들은 154㎞까지 봤다고 한다. 몸이 좀 말랐다. 경기 운영과 제구는 심준석과 비교하면 조금 못할 수 있다. 그래도 공을 때릴 수 있는 특유의 메커닉을 갖고 있다. 앞으로 구속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구단 팀장도 “심준석과 김서현이 1위를 다툴 수 있다고 본다”며 “팔스윙이 남다르다. 보통 팔스윙이 반 박자 빠르면 상위권에 랭크되는데 김서현은 한 박자가 빠르다. 구속까지 높아서 타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정말 엄청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는 모른다. 고교 선수들은 특히 그렇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부터 기량이 부쩍 향상되는 선수들이 많다. 2023 드래프트까지 10개월 이상 남을 것을 고려하면 심준석과 김서현의 경쟁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이들 만큼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충암고 2학년 좌투수 윤영철 또한 특급 유망주로 꼽힌다.

즉 한화와 KIA의 탱킹 논쟁도 몇 년 후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일이 될 수 있다. 한화가 심준석, KIA가 김서현을 지명하고 양팀이 두 투수를 내세워 에이스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더 그렇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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