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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양미정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섬이 패션 외 이종(異種)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포부다.
한섬은 지난달 27일 초고가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자신의 계열사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오픈했다. 매장은 에르메스 맞은편에 위치, 명품 브랜드 속 황금 자리를 선점해 계열사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매장 위치에 따라 매출이 크게 갈리는 백화점 특성상, 확실한 이점을 챙긴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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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가 브랜드 한섬에서 리브랜딩(Rebranding;기존 브랜드가 투자 리스크를 대폭 감소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활동)한 오에라의 가격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오에라는 최고 120만원대 화장품(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50㎖)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 라메르, 라프레리 제품의 2배에 이르는 비싼 가격대다.
지난달 31일 오에라 매장을 방문한 김효은(여·29) 씨는 “한섬이라는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의류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에라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이 가격대면 탄생 역사가 짧은 오에라보다는 하이엔드 화장품을 2, 3개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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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럭셔리 표방 리브랜딩이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한섬의 수준과 책정한 가격의 괴리가 너무 크면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 리브랜딩 전략이 성공하려면 신뢰와 전통, 명성을 토대로 자리 잡은 초고가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데, 품질은 둘째치고 브랜드파워와 가격경쟁력이 모두 밀릴 수밖에 없다.
엄성필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본부장은 “리브랜딩은 보통 제품 가격을 낮추고자 할 때 유리한 전략”이라며 “에르메스에서 출시한 립스틱(최고가 9만8000원)이 불티나게 팔린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채 1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살 수 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할리데이인 크라운플라자는 중가 호텔체인 할리데이인이 고가 브랜드로 론칭한 브랜드인데, 중가 이미지로 인해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독립했다”며 이러한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만큼 매력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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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섬 측은 오에라가 한국이 아닌 기능성 스킨케어 제조 기술이 우수한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 협업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로션·스킨·세럼·크림 등 스킨케어 라인은 스위스 원료로 만들어졌으며, 전량 스위스에서 생산된다.
‘Zero’(0)와 ‘Era’(시대)의 합성어로 탄생한 브랜드명에서 느껴지듯, 오에라는 라 메르(la mer)와 라프레리(la prairie)처럼 이국적인 브랜드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색을 지웠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실제로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과 언어, 음악 모두가 서구적이라 한국 색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은 피부에 가장 먼저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원료와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차별화된 원료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화장품 연구소와도 협업을 진행했다”며 “한섬이 가진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그대로 접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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