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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배우 김재범은 공연계에서 이미 잔뼈 굵은 스타지만 매체연기에서는 낯선 얼굴이다. 김재범은 영화 ‘인질(필감성 감독)’에서 극중 황정민(황정민 역)의 납치범으로 분해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영화 ‘인질’을 보고 나면 믿고 보는 황정민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낯선 얼굴들이지만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김재범은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처음에 큰 희망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기대는 갖지 말자고 생각했다. 2차 오디션에는 (황)정민이 형이 같이 와서 해줬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잔치와도 같았다. 그런데 캐스팅까지 돼 진짜 잔치가 됐다”고 운을 뗐다.

김재범에게도 큰 스크린에서 러닝타임 내내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작품은 생소한 경험이다. 김재범은 “‘여름의 남자’ (황)정민이 형과 이 여름에 스크린에서 내 얼굴이 함께 나오는게 굉장히 기쁘다. 아직까지 현실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률만 1000대1에 이른다. 이어서 김재범은 “나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깜짝 놀랐다. 대학교 이후로 이렇게 높은 경쟁률은 처음”이라며 “나중에 보니 정민이 형이 추천을 해주셨다고 하더라. 좋은 기회를 주신 정민이 형께 감사하고 있다. 형이 직접 대사를 맞춰줘서 편하게 임할 수 있었고, 감독님의 요청사항을 최대한 녹여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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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게 말했지만 극중 최기완으로 분한 김재범은 서늘하다. 최기완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다른 납치범들과도 다른 결의 분위기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김재범 역시 “뱀처럼 교활하고 지능적인 납치범을 그리고 싶었다. 올백머리로 이미지도 완성시켰다. 극중 염동훈(류경수 분)은 불같은 성격이라면 난 얼음 같은 캐릭터를 해야겠다 분석하고 접근했다. 최기완을 보면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게 다른 빌런들과의 차이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고군분투한 결과물이 극장에 걸렸다. 김재범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부모님을 꼽았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연을 할때부터 주변 분들에게 자랑을 하셨다. 이번에도 영화 캐스팅 되고 굉장히 기뻐하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버지께서 최근에 돌아가셔서 영화를 못 보셨다.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슬프다”며 “어머님이 보러 가시면 굉장히 좋아하실거 같다. ‘너 왜 이렇게 나쁜놈이야’ 하시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보실 듯 하다. 부인은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아한다. 다만 내가 못생기게 나와서 속상하다 하지만 그만큼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웃음) 못생김을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족들 뿐 아니라 평소 절친한 김수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재범은 “원래 (김)수로 형이 제작하는 공연에 함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영화 캐스팅이 됐고 같이 할 수 없는 스케줄이 됐다. 지켜야 할 약속이기에 걱정이 컸는데 수로 형이 너무나 기뻐하면서 잘됐다고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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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로 인해 배우 김재범의 이름이 더욱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필감성 감독과 황정민은 납치범으로 분한 배우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들은 제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대학로 스타에서 영화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김재범에게 ‘인질’은 어떤 의미일까. 김재범은 “이 영화는 내게 굉장한 행운이고 영광이다. ‘인질’을 통해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서늘한 느낌과는 다르게 인터뷰에서는 보조개가 빛나는 미소가 돋보였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다음을 더욱 기대케 했다. 김재범은 “나의 강점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 보면 나쁘고 이상하게 생겼다. 감독님도 내 얼굴을 보고 놀라신 적이 있다. 기뻐야 할지 슬퍼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기쁘다(웃음). 평범함이 내 강점 같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김재범은 “어떻게 보면 힘든 꿈이지만 평생 배우를 하고 싶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할아버지가 돼서도 무대 위에서 꼭 연기를 하고 싶다. 대스타가 되겠다는 생각 보다 길게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더불어 주변인들에도 인간적인 형, 친구가 되고 싶다”며 “영화나 드라마도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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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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