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제덕 \'코리아팀 파이팅!\'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8강 인도와의 경기에서 슈팅 라인으로 들어서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오죽하면 저렇게 소리를 칠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2020 도쿄올림픽의 첫 번째 금메달은 예상대로 양궁에서 나왔다. 양궁대표팀의 막내 ‘천재 궁수’ 김제덕(17·경북일고)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부 안산(20·광주여대)과 호흡을 맞춘 김제덕은 네덜란드의 스테버 베일러르-가브리엘라 슬루서르 조에 5-3(35-38 37-36 36-33 39-39)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 따냈다. 2004년생으로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제덕은 한국 양궁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제덕은 랭킹라운드를 1위로 통과하며 혼성전에 나섰다. 16강부터 흔들리지 않는 슈팅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큰 소리를 “코리아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에서는 자신감과 10대의 패기가 엿보였다. 금메달로 이끈 ‘금빛 샤우팅’이었다.

사실 김제덕은 원래 그 정도로 크게 소리치는 선수는 아니다. 경북일고에서 김제덕을 지도하는 황효진 코치는 “제덕이가 국내대회에서는 저렇게 소리를 친 적이 없다. 올림픽 전 시뮬레이션 대회에서부터 긴장이 많이 된다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긴장이 풀린다고 하길래 안쓰러웠다. 저렇게 어린 선수가 오죽 긴장되면 그럴까, 코치로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황 코치는 지난해 초부터 김제덕을 지도했다. 김제덕이 지난 1년 사이 급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황 코치의 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황 코치는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해 고생한 김제덕을 옆에서 간호했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황 코치가 병원을 함께 다녔고 사실상 부모 역할을 했다. 그는 “제덕이는 어깨 부상을 안고 입학했다. 대구까지 치료를 받으러 함께 다녔다.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다행히 대구으뜸병원 이성만 원장님의 후원으로 치료를 잘 받았고 올림픽까지 나갔다. 그렇게 고생한 것들이 생각나니 더 벅차오른다. 정말 대견하다”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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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과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제공 | 황효진 코치

김제덕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황 코치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황 코치는 “지난해 올림픽이 1년 미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덕이가 저에게 ‘선생님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어리니까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저는 그냥 속으로 그런 생각도 하는구나, 대견하다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선발전을 하면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는 선수라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해냈다. 정말 멋진 친구”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만큼 황 코치도 긴장한 상태도 대회를 지켜봤다. 실제로 황 코치는 전화인터뷰 내내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말했다. 황 코치는 “최근 계속 잠을 못 잤다. 걱정이 되는데 연락은 못하겠더라. 그래도 제덕이가 먼저 전화를 해서 끝까지 잘하겠다고 하더라. 제가 걱정하는 것을 아는지 오히려 격려해주더라. 정말 생각이 깊은 아이다. 오늘도 긴장을 하며 경기를 봤는데 끝까지 잘해줬다. 물고늘어지는 성격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발을 10점으로 마무리했다”라며 뿌듯하게 말했다.

혼성전 금메달을 차지한 김제덕은 개인전,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최대 3관왕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황 코치는 “저는 3관왕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단체전까지만 해도 괜찮다”라면서 “지금처럼 관리를 잘해 자만하지 않는 자신감으로 롱런하길 바란다. 한국 양궁을 20년간 책임질 선수가 되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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