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 비매너
올림픽 축구대표팀 이동경(왼쪽)이 22일 뉴질랜드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배 이후 결승골을 넣은 상대 공격수 크리스 우드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출처 | 중계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오히려 이동경이 저를 위로한다. ‘우리가 져서 힘드실 텐데, 제가 행동을 잘못해서 죄송하다’고.”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에 나선 ‘김학범호’와 동행중인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 수석매니저는 때아닌 미드필더 이동경(울산)의 ‘악수 거부 논란’에 당혹스러워하며 23일 출입기자단에 단체메시지를 통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경은 전날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상대 공격수 크리스 우드(번리)의 악수를 거부하 ‘비매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우드가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는데, 이동경은 손을 툭 치며 거부 의사를 보였다. 우드는 민망하게 웃었다. 이를 두고 뉴질랜드 언론서부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우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4시즌 연속 두자릿숫 득점을 기록한 뉴질랜드의 간판 스타다. 뉴질랜드 ‘뉴스허브’는 경기 직후 ‘한국의 이동경은 뉴질랜드 스타 우드를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고 조명했다. 올림픽 개최국 일본의 축구 전문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도 ‘이동경은 오랜 기간 EPL에서 뛴 베테랑의 악수를 눈도 마주하지 않으며 거절했다. 서로 존중하는 올림픽 정신은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한국은 이날 슛 수에서만 12-2로 앞설 정도로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과 연계 플레이에서 허점을 보였다. 조급하게 뉴질랜드를 공략하다가 후반 27분 우드에게 한 방을 허용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조 벨이 찬 중거리 슛이 한국 센터백 정태욱 발에 맞고 굴절된 공이 우드에게 흘렀다. 그는 한국 골문 오른쪽을 보고 가볍게 차 넣었다.

[올림픽] 아쉬워하는 이동경
뉴질랜드전 패배 직후 아쉬워하는 이동경의 모습. 가시마 | 연합뉴스

이동경을 비롯해 모든 선수가 억울한 패배에 한동안 그라운드에 멍하니 서 있거나,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동경의 악수 거부 논란을 바라본 대다수 국내 팬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인터넷 관련 뉴스 댓글서부터 소셜미디어에서 ‘분하게 지긴 했어도 이동경의 행동은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일부 팬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대 선수와 악수, 포옹 등을 금지한 것을 두고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동경을 감싸기도 했다.

이재철 수석매니저는 “대회를 앞두고 선수와 접촉하지 않고 최대한 조심하자고 교육한 건 사실이다. 다만 (이동경의 행동은) 교육한 내용도 있었지만 당시 실망하고 화가 좀 많이 나 있던 감정이 교차하면서 무례하게 더 비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동경 스스로 (당시) 이성적으로 예의 있게 (악수를) 거절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품고 있다. 그땐 경기 직후 너무 실망스러워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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