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SSG 김세현,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강판
SSG 투수 김세현이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 9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KT 조용호와 배정대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한 뒤 강판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액션피치컷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가 개막 한 달을 지냈다. 팀당 25~26경기씩 한 번씩 다 붙었다. 3일 현재 1위 삼성과 10위 롯데의 승 차는 5.5경기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이라 현재 순위가 끝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역대급 혼전에 각 팀이 한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동료애 때문인지,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하지만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만은 10개구단이 모두 갖고 있다. 그래도 승패는 가려지니 이긴 날은 그냥 넘어가고, 진 날은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팬들의 원성도 거세다. 주축 타자가, 결정적인 상황에 삼진으로 돌아선 뒤 심판과 설전이라도 하면 오심으로 몰아가기 일쑤다.

[포토] 밀어내기 실점에 아쉬워하는 김태훈
키움 투수 김태훈이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전 6회초 2사만루 상대 최지훈에 볼넷을 허용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냉정히 말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볼 판정은 한 경기에 많아야 서너개 정도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몇 개가 추가되기는 하지만, 양팀 합쳐 하루 평균 250개 이상 볼을 주고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정 실수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트랙킹 데이터로 측정하는 구종 분석도 사람이 직접 태깅을 하더라도 10개 중 2~3개가 오류로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쁜 수치로 보기 어렵다. 기계를 맹신하는 풍토도 문제이지만, 심판의 판정 능력을 대놓고 불신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책임전가할 핑계거리를 판정에서 찾다보면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KBO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올해 평균 경기시간은 연장 승부를 제외하고도 3시간 15분에 달한다.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안쪽으로 끊어야 팬들의 집중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데,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지적이 높다. 그렇다고 지난해보다 타격 지표가 크게 향상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7경기를 소화한 6월 3일 현재 팀 타율은 0.275, 평균자책점은 4.84였다. 올해 팀 타율 0.259, 평균자책점 4.48과 비교하면, 타고투저로 보기 어렵다. 그나마 유의미한 수치로 비교할 수 있는 게 ‘공짜출루’ 즉 볼넷이다. 지난해 881개 였던 볼넷이 올해 1134개로 대폭 증가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탓에 볼넷이 253개나 늘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다.

[포토]KIA 남재현, 대체 선발 임무는 여기까지!
KIA 선발투수 남재현이 18일 인천 SSG 랜던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4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강판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올해 KBO리그는 투수와 타자, 심지어 심판들조차 감각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훈련량이 부족했고, 당연히 실전감각을 끌어 올릴 시간이 모자랐다. 준비가 덜된 상태로 개막을 맞이했으니 다들 감각을 찾느라 헤매다가 한 달을 보낸 셈이다. 특히 투수는 스프링캠프 기간 쌀쌀한 날씨 탓에 불펜투구를 적게 했다. 소위 던지는 체력을 기르지 못했으니, 영점이 잡힌 게 특이 사례로 해석될 정도다.

투수는 어쨌든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한 가운데로 우겨 넣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 70%는 투수가 이긴다. 그런데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던질 능력과 배짱이 없는 상태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너무 많다. 아쉬운 볼 한 개가 아니라 제구 자체가 없는 투수가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KBO리그 현실이다. 이런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것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선수가 없다는 얘기는 구단의 스카우트와 육성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다.

공 하나가 승패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그러나 현재 KBO리그 수준을 생각하면, 공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도 2점대 평균차책점 투수가 13명에 이른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