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이영하, 1회부터 홈런을 주다니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2사 상대 박해민에 우월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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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투수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이영하가 계속 부진하면, 솔직히 계산이 안섭니다.”

개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준비는 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 개막을 9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야구 대표팀 관계자들도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상대국 전력분석을 통해 마운드 운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특히 단기전은 마운드 힘이 전력의 8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 왼손 삼총사 류현진(토론토) 양현종(텍사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모두 메이저리그에 몸담고 있어 올림픽 출전이 어렵다. 일본 킬러 후보로 꼽힌 구창모(NC)는 개점 휴업 중이다. 냉정히 말해 시즌 초반 KBO리그 토종 투수들은 전원 낙제점이다. 대표팀 전력분석팀 관계자들은 “투수력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포토] 이영하 \'위력적인 투구\'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오른손 선발 투수 가운데 상수로 여겼던 투수가 이영하(24·두산)다. 타점 높은 시속 150㎞짜리 빠른 공에 커터를 연상케하는 종 슬라이더,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구사하는 정통파 투수에 한국시리즈 경험도 있어 단기전 활용도가 높다. 지난 2019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통합우승에 기여한 퍼포먼스만 재연할 수 있으면 ‘국대 오른손 에이스’ 역할을 맡기기에 손색없다.

그런데 올시즌 초반, 이영하는 기대 이하의 투구로 팀뿐만 아니라 대표팀 관계자들에게도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네 차례 등판에서 고작 15이닝을 던지는데 그쳤고, 20점(19자책)을 내줬다. 홈런 네 방을 포함해 26안타를 맞았는데, 더 큰 걱정은 볼넷을 10개나 내줬다는 점이다.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132이닝 동안 볼넷 66개를 내줬는데 올해는 구위와 제구를 모두 잃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2㎞ 정도에 머물러서는 핀 포인트 제구를 갖고 있더라도 국제대회에서 믿고 쓰기 어렵다.

[포토] 교체되는 이영하 \'아쉬움 뒤로 하고\'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 교체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팀 내 분위기는 몸 스피드가 향상되면 구속과 구위 문제는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험이 있는 선수라 감각을 회복하면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팀 선발 구성을 고려해도 이영하의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이 약이라는 기대감은 이영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부진 요인은 다양하게 관측된다. 우선 지난해와 비교해 몸집이 커졌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격을 키운 게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큰 근육을 발달시켜 몸이 커지면 스윙 스피드가 둔해질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몸무게 변화는 밸런스 차이로 이어진다. 베테랑일수록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근육질 투수’인 삼성 오승환도 입단 초기와 비교해 큰 차이 없다.

[포토]이영하 격려하는 김태형 감독, 편하게 던져!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이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 이영하를 격려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미세한 밸런스 차이는 힘 전달에 영향을 끼친다. 2019년 이영하의 투구 동작은 키킹 후 스트라이드 과정에 왼쪽 무릎으로 타이밍을 잡는 모습이 돋보였다. 하체 중심이동과 상체 회전간 밸런스를 왼 무릎으로 조절해 릴리스 순간 폭발력을 배가하는 듯 한 인상을 심어줬다. 중심이동 중에 가속을 위해 클러치를 밟는 듯한 그림이 나왔다. 지난해 상체가 들리는 듯한 모습 탓에 밸런스가 달라졌는데, 올해는 스트라이드 과정에 클러치를 밟는 동작이 사라졌다. 중심이 한 번에 포수쪽으로 넘어가다보니 상체가 회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만의 ‘몸 타이밍’은 몸 스피드와 연결 돼 있다. 본인 속이 제일 답답하겠지만, 스피드 향상을 위한 타이밍만 되찾으면 이영하의 구위도 금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어쨌든 이영하의 구위회복은 두산과 대표팀이 간절히 바라는 부분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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