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허문회
롯데 허문회(왼쪽) 감독과 성민규 단장.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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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실체 없는 권리만 난무하는 모양새다. 정작 당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툭하면 불거지는 단장-감독 갈등설에 홍역을 앓고 있는 롯데 얘기다.

롯데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입사 동기다. 성 단장은 2군을 포함한 선수단 구성과 경기 관련 살림을 총괄하고, 허 감독은 선수단 수장이다. 업무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군 경기를 치르는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1군에서 뛸 선수들을 구성하는 건 단장의 역할이다. 단장이 세팅한 선수들로 감독이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현대 야구단의 일반적인 구조다. 각 구단이 선수출신을 단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프런트와 현장이 조화를 이뤄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가 담겨있다.

그런데 롯데는 지난해와 올해 초반 이렇다 할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전국구 인기구단이라 세간의 주목도가 높은데, 경기 결과에 따라 여러 말이 나오는 팀이다. 감독의 대타 기용에 팬들이 왈가왈부할 수 있다. 팬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당 선수를 단장이 영입했다는 이유로 단장과 감독의 불화 탓으로 몰고가는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구단주가 영입한 선수여도 감독이 쓰기 싫으면 안쓰는 곳이 야구단이다. 감독이 가진 사실상 유일한 권한이 선수 기용권이다.

성 단장이나 허 감독 모두 돌려 말하는 성격이 못된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서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은 적어도 올해는 보지 못했다. 지난해 장원삼의 선발등판, 몇몇 선수의 웨이버 공시 등을 두고 한 허 감독의 경기전 인터뷰가 불화로 비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시즌 후 “경청하겠다”는 말로 일단락됐다.

특히 올해는 성 단장이 구성한 젊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허 감독도 인정했고, 이들을 중용하면서 “시즌이 기대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살다보면 피를 나눈 쌍둥이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섭섭함을 표할 수 있고, 남자 형제들은 치고받기도 한다. 가족이니까 금세 툭툭 털고 또 함께 지낸다. 단장과 감독은 가족은 아니지만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팀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이 과정에 티격태격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야구를 접했으니, 이견이 없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둘 다 이제 불과 2년차 단장, 감독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비로소 서로의 위치에 맞는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깨달을 것이다. 이 과정에 일어나는 크고작은 다툼이 롯데의 도약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어쨌든 시즌은 시작했고, 이제 겨우 10경기를 치렀다. 시즌 끝날 때까지 아웅다웅하면서 같이 가야할 사람들이다. 이들을 비난할 권리가 팬들에게 있지만, 각자 영역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팬의 의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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