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과이어, 회전수 확인해볼까 [포토]
삼성 맥과이어가 24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 불펜훈련장에서 투구후 김용우 분석관과 함께 랩소도(투구추적장치)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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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통합 데이터 시스템 도입을 준비한다.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성사 여부도 미지수이지만, 차분하고 신중하게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이르면 2022년부터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구단간 이견이 많고,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일단 10개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단의 동의가 있으면, 업체를 선정해 시스템 구축을 하고,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수급하는지 등을 순차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구단 동의를 사업 1단계로 보면, 아직 1단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KBO 관계자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수치로 변환해 경기력 향상에 접목하는 것은 현대 야구의 흐름이다. 각 구단이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비스 업체를 하나로 통합하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 팬들에게도 데이터를 서비스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검토 단계라서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 측정 방법은 레이더 기반과 카메라 기반으로 크게 나뉘는데 KBO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업체들을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업체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 들어와있는 모든 데이터 측정 시스템을 들여다본 뒤 구단과 공유해 의견을 묻겠다는 의미다.

최용제
두산 베어스 최용제가 8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타석 뒤에 타구 측정장치가 달려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일단 카메라 기반 업체와 레이더 기반 업체가 KBO 미래전략팀과 만난다. KBO측은 “스터디 차원의 미팅”이라며 “보유한 기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구단 제공뿐만 아니라 KBO리그 활성화와 팬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지 등을 두루 살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LG KT SSG NC 등 구단 전력분석팀 간사 중 일부도 회의에 참석해 칼날 질문을 쏟아낼 예정이다.

정작 기존 업체들은 KBO가 이런 형식의 만남을 갖는지 모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KBO 공식 기록업체이기도 한 스포츠투아이 김봉준 부사장은 “통합데이터 구축에 관한 공식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다. 소문으로 ‘KBO가 데이터 통합을 준비 중’이라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9개구단이 트래킹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설치한 미국 트랙맨의 국내 임대 대행업체 스포스틱스 장민규 이사도 “KBO에서 업체를 만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통합 데이터 시스템 구축 얘기는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전략으로 각 구단에 양질의 서비스를 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랙맨
인천 SSG랜더스필드 중앙 관중석 상단 난간에 레이더 기반 트래킹 장치인 트랙맨이 설치 돼 있다. 제공=SSG랜더스

이들 업체는 KBO와 오랜 기간 교류한 곳이라 미팅 후순위로 밀렸을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투아이는 KBO 공식 기록업체로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스포스틱스는 중계권 대행을 비롯해 KBO의 주요 사업을 대행하던 에이클라의 자회사다. 기술력을 알고 있는 업체인 만큼, 호크아이 등 새로운 업체의 기술을 들여다본 뒤 기존 업체와 비교하는 수순으로 비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모든 업체를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라고 특정업체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견에 선을 그었다.

KBO 관계자는 “통합데이터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안정적인 데이터 측정이 가능한가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지, 데이터 활용도나 소유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는지도 주요 평가 요소”라며 “각 구단이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인 만큼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항은 아니고, 해당 사업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단계로 봐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라 KBO가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수들의 데이터는 팬들에게도 자유롭게 공개되는 것이 타당한데, 이 부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더 투명하고 공개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래저래 험로가 예상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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