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 대표팀
축구 국가대표 풀백 홍철이 지난 2019년 3월2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계속 ‘뻥 축구’만 할 순 없잖아요. 그럼 한국 축구는 제자리걸음이죠.”

축구 국가대표 붙박이 왼쪽 풀백 홍철(31·울산 현대)은 지난 한·일전 완패 이후 또다시 불거진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 실효성 의문에 소신껏 말했다. 홍철은 지난 8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이런 말 하면 욕먹을 수 있지만 후방 빌드업은 현대 축구의 대세다. 한국 선수는 어릴 때부터 그저 이기기 위해서 공을 멀리 걷어내고, 세컨드 볼을 따내서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며 “지금 당장 결과가 안 좋다고 감독을 교체해서 다시 ‘뻥 축구’를 하면 우리 축구가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지휘봉을 잡은 뒤 후방 빌드업에 의한 공격 축구를 화두로 던졌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홍철 등 좌우 풀백을 중심으로 한 측면 빌드업으로 중앙 자원과 유기적인 패스 워크로 공격의 다양성을 그리는 것이다. 부임 직후 국내에서 치른 유럽, 남미 팀과 평가전에서 몇 차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연착륙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월 아시안컵 8강 탈락 이후 후방 빌드업에 물음표에 매겨진 데 이어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 원정에서 0-3 대패한 뒤엔 비난 여론이 몰렸다. 후방 빌드업의 선결 조건은 후방에서 안정적인 볼 소유와 탈압박이다. 그런데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선수의 전방 압박에 속수무책 무너지면서 비난 목소리를 커졌다.

벤투호는 한·일전을 앞두고 클럽과 선수 차출을 두고 ‘소통 논란’에 시달렸고, 완전체로 훈련한 시간이 이틀도 되지 않는 등 정상적으로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라이벌로 불린 일본에 별다른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진 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홍철 A대표
축구 국가대표 풀백 홍철이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 평가전에서 상대와 볼다툼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당시 나름대로 고군분투한 홍철은 한·일전 패배에 죄송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벤투호가 지향하는 빌드업 축구엔 힘을 실었다. 그는 “후방 빌드업이 불안한 건 사실 이 축구를 펼치는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시티도 빌드업 축구를 하는 데 공을 빼앗기면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만, 한 번 풀어나갔을 땐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의 빌드업이 불안하고,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선수들은 자기 자신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해내야 한다는 각오”라고 했다.

또 후방 빌드업에 대한 도전과 완성 의지는 한국 축구의 현안 과제가 된 ‘풀백 기근 현상’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철은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전술의 기본이 되고 있다. 예전엔 풀백 경쟁력을 따질 때 기동력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여러 재능이 있어야 한다. 나도 지도자를 하면 가장 축구 잘하는 선수를 풀백으로 두고 싶다”고 했다.

홍철철
울산 현대 풀백 홍철이 지난해 12월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대비 팀 훈련 중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홍철은 한·일전 기간 누구보다 마음고생 했다. 대표 차출 논란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릎 연골 부상에서 갓 회복해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었는데, 벤투 감독이 다소 무리하게 선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도 “소통을 더 해야 했다”며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홍철은 “솔직히 홍 감독께 ‘가는 게 맞느냐’고 물을 정도로 처음엔 몸 상태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대표팀에 갔을 때 책임감이 생겼고, 몸 상태를 핑계로 삼고 심지 않았다”며 “더욱더 충실하게 훈련하고 몸을 다스렸고, 벤투 감독에게 일본전을 ‘뛰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선수의 경기 태도를 두고도 비판이 따랐는데 홍철은 온전하지 않은 몸에도 후반 가장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본에 아무것도 못 하고 밀렸을 때 화가 나더라. ‘나 때는~’이러면 꼰대 같지만 과거 한·일전 때 선배들 생각하며 한 발 더 뛰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 이렇게 지니 과거 홍 감독께서 선수 시절 ‘일본에 한 번 더 지면 은퇴하겠다’고 말씀한 심정을 알겠더라. 다음에 만나면 꼭 설욕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끝으로 홍철은 “홍 감독께서 날 위해 (대표 차출 기간) 쓴소리하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더 죽기 살기로 뛰기로 했다. 그리고 하도 말이 많이 나온 터라 아직도 많은 분이 내게 ‘몸 괜찮냐’고 묻는다. 여기서 말하겠다. 이젠 안 아프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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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풀백 홍철이 지난해 12월5일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대비 팀 훈련 중 만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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