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양석환의 땅볼 처리하는 허경민
두산 3루수 허경민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연습경기 1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LG 양석환의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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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맞는 순간 ‘어?’ 싶었다. 좋아, 또 쳐봐 싶었는데 다음 경기에 또 나오더라. 그래서 같은 공을 같은 코스로 또 던졌는데, 결과는 또 홈런이었다. 아, 저 코스는 안되는구나 싶더라. 하하.”

‘코리안 핵잠수함’ 김병현(42·은퇴)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조차 실험정신(?)을 놓지 않았다. 만약 애리조나가 뉴욕 양키스에 패권을 빼앗겼더라면 돌아보기 싫은 최악의 장면이지만, 어쨌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김병현은 “요즘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하고 시선을 멈추게 하는 장면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야구가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힘대 힘의 대결로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졌고, KBO리그도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면서 점점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급기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수비 시프트 금지 등 강제조항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힘 이외의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포토]3회초 홈런 터트린 강백호, 홈런친자의 여유
KT 4번 강백호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연습경기 3회초 1사에서 키움 조쉬 스미스를 상대로 1점홈런을 터트린후 홈인하고 있다. 강백호는 1회에서 2루타를 터트리며 타격감을 뽐냈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봄은 실험의 계절이다. 각 팀 기대주가 평가전과 시범경기를 통해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몸을 던지는 시기다. 베테랑들도 겨울잠을 자던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 성과를 점검한다. 특히 주전과 백업의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봄에 열리는 평가전은 그래서 힘이든 어깨든 발이든 눈에 띄는 장기를 어필하기 위한 각축전이다.

그런데 눈길을 멈추게 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젊은 선수일수록, 1군에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을수록 그저 세게 던지고, 강하게 받아치려는 노력만 보인다. 많은 코칭스태프는 “평가전에 나가는 젊은 선수들에게 안타나 홈런, 탈삼진을 바라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군 주축 혹은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가 경쟁하면, 안타깝게도 백전백패라는 건 코치도 선수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치들은 “젊은 선수들은 대체로 백업 혹은 대체 요원으로 분류된다. 눈에 띄는 한두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그래서 어떤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섰는지를 보여주는 게 안타나 홈런 한 개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을 사로잡을만한 행동이 드러난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포토]SSG 합류 추신수, 덕아웃 수다 삼매경
SSG 추신수가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리는 KT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SSG로 팀을 옮긴 최주환은 투수 유형에 따라 타석을 이리저리 옮긴다. 두산 허경민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매우 높은 투수를 상대로 초구에 작정하고 스윙을 했다. KIA 왼손 신인 투수 이의리는 대외 평가전 첫 등판에서 첫 회 포심 패스트볼만 던지며 타자들의 반응과 타이밍을 살폈다. 자신의 감각과 상대의 반응 등을 두루 점검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다. 승패나 성적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힌트를 하나 얻으면, 정규시즌 절체절명의 순간에 활용하기 위해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런 실험이 노하우가 되고, 이 노하우가 쌓여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프로 무대다.

초구 기습번트나 몸쪽이나 바깥쪽 등 특정 코스만 공략하는 등 시즌 때에는 하기 힘든 각종 실험이 평가전에서는 많이 나와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코칭스태프는 이런 작은 노력에 담긴 의미를 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자기만의 생존전략을 찾기 위한 몸부림은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남다른 실험정신으로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면, 야구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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