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김재영이 안상일(오른쪽)에게 강력한 왼손 훅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AFC 챔피언으로서 활동하며 국제시합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37·노바MMA)의 말이다.

AFC 미들급 챔피언인 김재영은 지난달 26일 치러진 AFC 15에서 도전자 안상일(37·더블지FC/크로스핏강남언주)을 경기 개시 47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무리치며 1차 방어전을 성공리에 완수했다.

지난해 AFC 14에서 차인호를 물리치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김재영은 AFC내에서 이렇다 할 적수를 못 찾아 할 수없이 타 단체인 더블지FC에서 안상일과 싸워야 했다.

이번 안상일의 임대(?)는 AFC와 더블지FC 간의 선수 교류차원으로 한국 격투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김재영과 동갑내기인 안상일은 12승 6패의 전적을 가진 한국 중량급의 베테랑 파이터다.

한때 함께 훈련을 하는 등 서로를 잘 아는 김재영과 안상일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안상일보다 10㎝나 작은 김재영은 그의 전매특허인 인파이팅을 구사할 때만 기다렸다.

안상일이 케이지 뒤로 물러서며 주춤하는 사이 가드가 내려지자 김재영은 이내 전진 스텝을 취하며 강력한 왼속 훅을 터트렸고 안상일은 강한 충격에 케이지에 넘어졌다. 김재영은 이내 상위 포지션을 점하며 무수한 파운딩을 쏟아냈고 레프리는 경기를 중지시켰다.

김재영은 “안상일의 경기를 보면서 공격 패턴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백형욱 감독님이 시합운영 전략을 잘 만들어주셨다. 팀에서도 훈련을 적극적으로 도와줘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김재영은 대결을 수락한 안상일에게 “안상일은 오랫동안 선수활동을 했다. 같이 훈련한 적도 있다. 격투기 파이터들의 어려움을 소신 있게 말하는 등 강단이 있는 선수다. 안상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합에서 상대가 김재영이라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진심이 느껴졌다. 경기를 수락한 안상일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김재영은 승리 후 케이지 인터뷰에서 라이벌인 양동이와의 리매치를 언급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재영와 양동이는 지난 2013년에 대결을 벌여 양동이가 TKO로 승리했다. 한국 격투기 팬들에게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명승부다.

김재영은 “나의 목표는 세계최강이 되는 것이다. 양동이에게 설욕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MMA 팬들이 내 이야기를 할 때 양동이를 언급한다. 양동이와 다시 시합을 한다면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시합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적수를 찾기가 어려운 김재영은 타 단체에서의 활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재영은 세계 최고의 단체인 UFC에서 두 번이나 오퍼를 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영은 러시아 단체인 ACA에서 활동하며 챔피언 타이틀전을 목전에 두는 등 옥타곤에 오를 수가 없었다. 김재영은 “AFC 챔피언으로서 계속 활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국제시합도 뛸 의향이 있다. 많은 경기를 뛰었던 러시아에서는 꼭 챔피언 벨트를 따고 싶다. UFC도 계속 문을 두드릴 것이다”라며 의욕을 나타냈다.

만 37세의 나이지만 언제나 체육관을 찾아 땀을 흘리고 있는 김재영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계속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때 그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며 천직인 파이터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