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부시리그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메이저리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13개월 사이에 10명의 명예의 전당 회원(HOF)을 잃었다. 22일(현지 시간)에는 미국팬들의 마음속의 홈런왕 행크 애런이 86세를 일기로 별세헸다. 애런의 딸은 아침에 애틀랜타 저널 콘스티튜션 지에 “잠을 자면서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사망 소식을 전했다. 애런은 애틀랜타에서 거주해왔다.

애런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사회는 추모와 애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계정이 차단된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SNS을 통해 위대한 야구선수이자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민권운동가로서의 애런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임 때인 2002년 행크 애런에게 민간인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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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의 행크 애런 팬들이 지난 22일 86세를 일기로 사망한 애런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고 있다. 애틀랜타(조지아주)|AFP연합뉴스

장내, 장외에서 그의 삶이 미국 역사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를 대통령들의 애도와 찬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주류뉴스도 애런의 사망 소식과 함께 인종차별을 뚫고 홈런왕에 오른 삶을 조명했다.

조지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공화당)는 애런의 장례기간에 주기를 조기로 계양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높은 NFL(북미미식축구리그)의 애틀랜타 팔콘스는 2021시즌 애런의 등번호 44번은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도록했다. 애런이 활동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밀워키 브레이브스는 이미 44번이 영구결번이다. 브루어스는 2021시즌 유니폼 소매에 44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애런은 1934년 2월5일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태어났다. 앨라배마는 지금도 금지된 남부연합군 기를 흔드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설치는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이다. 애런이 10대일 때 앨라베마를 비롯한 남부에는 흑인이 조직된 야구팀에 입단할 수조차 없었다.

전 뉴욕 양키스 조 토리 감독은 MLB 네트워크를 통해 “애런과는 65년 지기다. 형(프랭크 토리)이 먼저 밀워키 브레이브에서 활동해 애런과는 일찍부터 알았다. 나는 뉴욕에서 성장해 남부의 흑백차별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플로리다 스프링트레이닝을 방문해 식사를 함께 하려고 했는데 흑인은 식당에 입장이 안됐다. 백인 몇몇이 카페테리아를 빌려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2020년 상영된 앤서니 맥키와 사뮤엘 잭슨이 출연한 ‘은행원(The Banker)’에서도 1960년대 흑인은 부동산 매입을 할 수 없었다. 주택 구매에 융자도 해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애런은 1952년 니그로리그에서 활동한 뒤 1954년 20세에 밀워키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백인의 우상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714개)을 깬다. 백인들로서는 흑인이 루스의 홈런 기록을 넘본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이겠다는 협박 편지가 산처럼 쌓였다. 침팬지 사진을 동봉한 게 공개되기도 했다. 이이러니하게도 1974년 4월8일 애런이 풀턴카운티 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 알 다우닝으로부터 715호 홈런을 쏘고 베이스를 돌 때 2루와 홈까지 애런을 축하해준 두 청년은 백인이었다. 당시는 운동장 보안이 철저하지 않아 관중이 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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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풀턴카운티 스타디움에 베이스 루스의 홈런 기록을 깬 행크 애런의 715 기념표지에 팬들이 화환으로 위대한 홈런킹과 마지막 작별을 하고 있다. 애틀랜타(조지아)|AFP연합뉴스

애런은 1974년부터 2007년 약물의 배리 본즈가 755개를 뛰어 넘을 때까지 홈런왕이었다. 본즈도 ”애런은 나의 아이콘이었고, 진정한 영웅이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무하마드 알리가 위대한 것은 단순히 헤비급 챔피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불법적인 체제에 대항해서다. 애런 역시 단순히 홈런킹으로서가 아닌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민권운동의 역할로 모두가 추앙하는 것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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