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최용수 감독, 독수리가 사냥꾼을 잡았어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2-1 승리를 자축하며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2014.08.23전주 |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아~ 진짜, 저 쫌 그냥 놔두세요. 방탄복을 벗을 쑤가 없다니까요.”

최용수(41) 서울 감독이 많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말투 사이사이 묻어나는 사투리 억양과 액센트가 진해진 것이 조금 흥분하기도 했던 것 같다. 최 감독이 서울을 이끌고 원정경기만 떠나면 상대 팀들이 맞춤형 마케팅으로 경기장 밖에서부터 공격을 가해온다. 한 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이어지는 동안 어느 샌가 ‘독수리’는 꼭 잡아야 할 ‘공공의 적’이 됐다. “이제 겨우 7위인 우리 팀을 왜들 그렇게 잡으려고 안달인가”하는 억울함이 들만도 하다. 최 감독은 “(다른 팀 선배)감독님들이 너무 나를 미워하는 것 같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방탄조끼를 벗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K리그 사령탑도 없다.

◇‘공공의 적’? 최용수 감독에게 향한 화살
지난 23일 열린 전북과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은 ‘봉동이장님’ 복장에 총까지 꺼내들고 ‘독수리 사냥’에 나섰다. 전북 구단이 서울전을 위해 준비한 맞춤형 마케팅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설마 총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며 “그 총에 실탄이 들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올 시즌 서울을 상대하는 구단들이 맞춤형 홈경기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수년간 서울을 이겨보지 못한 제주는 박경훈 제주 감독이 가죽 재킷을 입고 ‘반드시 이기으리’를 외쳤고, 부산은 서울전에 사활을 건다는 의미로 영화 ‘명량’을 패러디하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감독은 다수의 감독들과 라이벌 대결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현역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그는 그라운드에서 경쟁했던 서정원 수원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과 지도자로도 경쟁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석주 전남 감독은 “선수땐 내가 이겼는데 감독되더니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며 시즌 초부터 ‘타도 최용수’를 외치고 있다. 연세대 선배인 김봉길 인천 감독과 스승인 박항서 상주 감독은 ‘제자에게, 후배에게 질 수 없다’며 비수를 품고 서울전에 나서곤 한다.

최용수감독과K리그인맥도

◇K리그 스토리라인의 중심, 최용수 감독
최 감독은 전북전을 되돌아보며 “3만명이 넘는 팬들 앞에서 수비적인 경기를 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려야지. 다시 경기장에 오게끔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 아끼려던 선수들까지 차례로 교체로 넣게 되더라. 전북 팬들이 나의 선택을 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많아야 선수들이 신이 나고, 지도자도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는 생각이다.

각 구단이 서울을 상대로 맞춤형 마케팅을 준비하며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최 감독은 “괴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흐뭇하기도 한 일이다. 각 구단들의 이런 노력에 감사드린다. 그만큼 우리도 그 지역에서 대접받는 것이고, 팬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리그 거의 대부분의 감독들과 대립관계가 형성된 탓에 최 감독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 감독과 상대 감독의 과거지사와 치열한 라이벌전 스토리는 K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최 감독은 “팬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이끌기 위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스킨십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각 구단의 감독님들이 팬들을 위해 애쓰고 계신다. 최대한 협조하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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